경기 고양시 홀트학교에서 장애 학생 연주자들로 구성된 '예그리나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박에스더 교사가 수상(受賞)하러 나오자 장내에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동료 교사들은 '홀트 예그리나 마에스트라 에스더박'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쫙 펼쳤다. 온몸 다 쓰는 열정적 지휘로 장애 학생들을 가르쳐온 박 교사는 "저 홀로 가르친 게 아닙니다. 반주·지휘에서부터 학생들 현악기 연주를 돕는 분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의 땀과 눈물과 정성이 녹아있는지 모르실 것"이라고 했다. 수줍게 꽃다발을 건네는 축하객 중엔 초등학생 한 명도 섞여 있었다. 이 오케스트라에서 클라리넷 연주하는 주모(11)군이었다. "(선생님이 상 받아서 기분이) 괜찮아요." 표정이 유독 밝았다. 박 교사는 "네 얼굴이 '꽃'이다"며 싱긋 웃었다.
제자를 향한 스승들의 사랑은 화수분 같았다. 충남 차동초 서정숙 교사는 시상식장에서 한 탈북자 출신 제자를 떠올렸다. "갑자기 몸이 아파 응급실에 가야 했는데,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 응급실까지 따라갔더랬지요." 서 교사는 "'돌봄'이 절실한 탈북·다문화 학생들에게 우리 사회가 보다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 교사는 전교생 45명으로 폐교 위기에 놓였던 지방 학교를, 탈북·다문화 모범학교로 만들었다. 35년간 교편을 잡은 경북 정평초 박명숙 교사는 영광의 수상 자리에서도 겸손했다. "저는 아이들이 좋고 가르치는 게 즐겁습니다. 제가 큰일을 한 게 아니라 좋은 아이들과 즐겁게 생활한 것뿐입니다." 박 교사의 소감은 짧았지만, 청중석에선 박수가 길게 이어졌다.
교육부·조선일보사·방일영문화재단이 공동 제정·시상하는 '2015 올해의 스승상' 시상식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제13회 올해의 스승상을 받는 주인공들의 소감은 선생님들이 왜 위대한지를 각각의 목소리로 웅변했다. 2002년 첫 수상자를 배출한 이래 올해로 13회를 맞았다. 올해 수상자까지 합쳐 총 169명의 교사가 이 상을 받았다.
이날 수상의 영광은 김승만(부산 사상고), 김정은(전북푸른학교), 류원호(충북 양강초), 박명숙(경북 정평초), 박에스더(경기 홀트학교), 서정숙(충남 차동초), 이소정(서울 숭인초), 이재범(대전 충남기계공고), 장대희(강원 화계초 노일분교), 장정훈(경기 화수고), 채용기(경기 부발중), 최금란(전북 전주신일중) 교사 등 12명이 차지했다. 수상자들에게는 상금 1000만원과 연구실적 평정점 1.5점이 부여됐다.
추운 날씨에도 제자와 학부모, 동료 교사 등 200여명이 시상식에 참석해 선생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30년간 장애 학생들을 돌보고 가르친 김정은 전북푸른학교 교사는 "지난 30년간 학생들 덕분에 오히려 행복했고 감동 받은 순간이 많았다"며 "좀 더 따뜻한 가슴을 가진 교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재범 충남기계공고 교사가 소감으로 "학교 그만둘 뻔했던 한 제자가 지금은 중소기업 CEO로 성장했습니다. 제가 상 받는다는 소식에 금 10돈짜리 행운의 열쇠를 축하 선물로 주면서 '선생님, 퇴임하면 우리 회사 이사로 오세요'라고 제안하더라"고 하자 시상식장에 웃음이 터졌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어린 제자들을 자신의 자녀처럼 정성껏 가르치신 선생님들 덕분에 우리나라가 오늘날과 같은 '인재 강국'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방상훈 조선일보사 사장은 "참스승이 계시기에 우리의 공(公)교육은 살아 숨 쉬고 밝은 희망의 빛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상식장에는 올해의 스승상 심사위원인 정원식 전 국무총리, 장우석 한국국공립고교장협의회장, 조연흥 방일영문화재단 이사장, 올해의 스승상 수상자 모임인 '한올회' 회원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