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은 뮤지컬 시장의 최대 성수기다. 제작사들이 공들여 준비한 대형 신작(新作)이 일제히 개막해 자웅을 겨루는 시기다. 2013년 겨울에는 '고스트' '위키드' '카르멘' '디셈버'가 막을 올렸고, 지난해 말에는 '킹키부츠' '원스' '마리 앙투아네트'의 삼파전이 펼쳐졌다.
그런데 올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베르테르'(11.10~1.10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1.13~1.31 샤롯데씨어터) '시카고'(11.14~2.6 디큐브아트센터) '벽을 뚫는 남자'(11.21~2.14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프랑켄슈타인'(11.26~2.28 충무아트홀 대극장) '레미제라블'(11.28~3.6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레베카'(1.6~3.6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등 겨울 시즌 대형 뮤지컬 목록 대부분이 이미 공연한 적이 있던 낯익은 작품들이기 때문.
대형 뮤지컬 신작은 황정민과 오만석이 더블 캐스트로 주연을 맡은 샘컴퍼니의 '오케피'(12.18~2.28 LG아트센터) 하나뿐이다. EMK의 창작 뮤지컬 '마타하리'는 개막이 내년으로 밀렸고, 주요 뮤지컬 제작사 중 하나인 오디컴퍼니는 아예 대형 작품 대신 2인극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12.1~2.28 백암아트홀)를 올릴 예정이지만 역시 신작은 아니다.
새 작품을 기다려 온 뮤지컬 팬이라면 상당히 '심심한' 겨울이 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일취월장하던 뮤지컬 시장이 지난해부터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짚는다. 한 뮤지컬 제작사 대표는 "주요 투자자가 뮤지컬에 대한 투자를 거두면서 일부 제작사는 자기 이름을 걸지도 못하고 작품 제작을 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신작을 제작해 올릴 여력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관객 확보가 비교적 안정적인 '검증된' 작품 위주로 재공연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 뮤지컬 시장이 만만치 않은 암초에 걸렸다는 신호'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