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를 당한 여고생 영신(박소담)은 의문의 증상에 시달린다. 교단에서 문제 인물로 찍힌 고집불통 김 신부(김윤석)는 그녀 몸에 악령이 숨어 있다고 확신하며 구마(驅魔) 예식을 준비한다. 보조사제로 뽑힌 신학생 최 부제(강동원)에겐 김 신부를 감시하는 임무가 맡겨진다.

11월 5일 개봉하는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은 특별한 능력으로 악령을 쫓아내는 사제가 우리 곁에 존재한다면서 말을 걸어온다. 한국 영화로는 새로운 소재다. 장재현 감독은 전주영화제 감독상 등을 안긴 단편 '12번째 보조사제'를 장편으로 옮겼다. 이런 확장 이사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단편과 장편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니까. '검은 사제들'은 장편다운 부피와 호흡, 밀도와 템포를 증명해 드문 성공 사례로 남을 것 같다.

까칠한 모래알 같은 베테랑 김 신부와 좀 놀아본 '핏덩이' 최 부제의 균형이 팽팽하다. 둘은 서로 얕보고 의심하면서 티격태격하지만 이 어두운 영화를 함께 가로지르면서 조금씩 변화한다. 배우 김윤석과 강동원은 '전우치' 이후 6년 만이지만 재회한 합이 잘 맞는다. 사제는 엄숙한 이미지이지만 둘은 전혀 다른 궤도를 지닌 행성처럼 움직인다. 영신의 몸에 용역 깡패처럼 쳐들어가 알박기로 버티는 악령을 끄집어내는 마지막 30분은 펀치력이 묵직하다.

강동원 팬에겐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다. 먼저 좋은 소식. 강동원이 입으면 사제복도 패션이 된다. 나쁜 소식은 박소담이 더 진한 불도장을 남긴다는 점이다. 충무로 기대주로 꼽히는 이 여배우는 몸과 감정의 진폭이 큰 연기를 견뎌냈다. 이 영화는 주요 인물에 대한 설명이 박한 게 흠이다. 과거의 트라우마에 붙잡혀 있는 최 부제가 남을 구하며 자신을 재발견한다는 점에선 성장 드라마로도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