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이달엔 금리를 동결하지만 12월에 금리 인상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28일 밝혔다. FOMC가 금리 인상 논의 시점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시장에선 이를 두고 12월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해석하고 있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선 달러 강세, 원화 약세 현상이 나타나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1.3원이나 오른 달러당 1142.3원에 마감했다. 이날 한국 증시는 0.41% 떨어졌지만 미국 다우지수가 1.13%, 일본 닛케이지수가 0.17% 오르는 등 글로벌 증시는 미국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 자금이 빠져나갈 우려와 미국 성장세로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엇갈리면서 혼조세를 보였다.

1년 7개월 만에 바뀐 성명서 문구

FOMC는 지난 27~28일 회의를 열고 2008년 말부터 유지해 온 제로금리(0~0.25%)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회의 직후 발표한 성명서에선 기존에 반복되던 문구를 여러 곳 고쳤다.

옐런 美연방준비제도 의장.

특히 작년 3월 이후 계속 들어가던 '(현행) 금리 수준을 얼마나 유지할지 결정할 때(완전 고용과 물가 상승 목표를 향한 진전을 평가할 것)'란 문구를 1년 7개월 만에 '다음 회의에서 금리 인상이 적절한지 논의할 때(이하는 동일)'로 바꿨다. 다음 회의는 12월 15~16일에 열린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지난 7월 "연내에 금리를 올리는 것이 적절하다"라고 말하는 등 그동안 여러 차례 연준 간부들이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혀오긴 했다. 그렇지만 공식 성명서에서 금리 인상이 필요한지 따져보는 시점을 못 박은 것은 이례적이다. '다음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것은 1999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그다음 열린 2000년 1월 회의에서 실제로 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이 밖에도 9월 FOMC 회의에서 금리 동결의 이유 중 하나로 들었던 중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에 대해선 당시 성명서에 들어갔던 '세계경제 및 금융 상황이 경제활동 위축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내용이 이번엔 삭제됐다.

미국의 소비·투자 추세에 대해선 기존에는 '완만하게(moderate) 증가'하고 있다고 기술했지만, 이번엔 '견고하게(solid) 증가'하고 있다고 적어 미국의 성장 추세가 강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12월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높아져

FOMC가 이같이 성명서 문구를 수정한 것은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였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평가다. 29일 블룸버그가 미국의 기준금리 선물 가격을 가지고 집계한 결과로는 FOMC 성명서 발표 전후로 12월 금리 인상 확률이 37%에서 46%로 높아졌다.

골드만삭스는 "다음 회의에서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표현은 12월 금리 인상 의지를 명확하게 전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바클레이스는 "과거엔 위험 요인이 사라져도 상당 기간 위험을 경고하는 동일한 문구를 사용했는데, 글로벌 경제 리스크가 경제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문구를 6주일 만에 삭제한 것은 금리 인상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달 초 스탠리 피셔 미 연준 부의장이 "(연내 금리 인상은) 예상일 뿐 약속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FOMC 내부에서 연내 금리 인상론이 잦아든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번 성명서의 발표로 연내 금리 인상론이 다시 힘을 얻게 됐다.

그렇지만 금리 인상 시기가 내년으로 미뤄질 것이라는 의견도 여전히 있다. 고용과 성장 여건이 다시 나빠질 기미가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신규 고용 증가는 작년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평균 25만건이었지만, 8월 13만6000건, 9월 14만2000건 등으로 줄어들었다.

달러 강세가 되면서 미국 기업들의 실적도 떨어지고 있다. 29일 국민연금 주최 콘퍼런스에 참석 차 방한한 칼라일그룹의 윌리엄 콘웨이 회장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