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는 모처럼 연일 밤낮으로 여러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평소보다 공연장은 덜 붐비고, 명절맞이 할인도 적지 않다. 생각보다 높지 않은 극장 문턱을 넘어 볼만한 연극·뮤지컬 4편을 골라 봤다.

효(孝)를 주제로 한 창작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는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가족과 함께라면: 형제는 용감했다

주인공은 안동 종갓집 아들 형제, 주요 소재는 유교 전통과 효(孝)인 참으로 희귀한 뮤지컬이다. 뮤지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군무와 합창은 도포를 입은 근엄한 어르신들의 몫. 실제 공연을 보면 '과연 재미가 있을까'란 의구심이 완전히 뒤집어진다. 미스터리와 호러, 보물찾기 놀이가 결합된 듯한 1막에서 정신없이 웃고 나면, 수묵화처럼 펼쳐지는 2막에선 눈물을 철철 흘리게 된다. 삼대(三代)가 함께 봐도 좋을 작품. '김종욱 찾기' '그날들'의 장유정 작·연출작이다. 11월 8일까지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1666-8662

연극 ‘타바스코’.

일상이 지겹다면: 타바스코

"우린 아무 일도 하지 않아. 아무 데도 가지 않아. 매일매일이 똑같이 반복돼." 무료한 일상을 살아가는 데 지친 사람이라면, 이 대사가 등장하는 연극 '타바스코'를 보고 탈출구를 그려볼 만하다. 무기력과 좌절감에 시달리던 40대 부부와 퇴물 여배우가 도그쇼 우승견의 실종 사건을 계기로 인생 역전에 나선다. 드라마 '용팔이'에 황 간호사로 출연했던 배해선이 주인공 중 한 명으로 나온다. 2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02)889-3561~2

예술이 필요하다면: 올드 위키드 송

이 연극을 보기 전엔 슈만의 '시인의 사랑'이 이처럼 아름다운 노래인 줄 몰랐을 것이다. 2시간 넘는 공연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밀도 높은 이 2인극은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젊은 피아니스트와 삶에 지친 음악 교수의 만남과 수업을 통해 소통과 희망의 원천이 예술에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11월 22일까지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02)3490-9351

새로운 삶을 꿈꾼다면: 맨 오브 라 만차

명절이 끝난 뒤 직장으로 돌아가기 두려운 사람에게 진정한 용기를 줄 만한 뮤지컬이다. 한순간에 지하감옥이라는 나락에 떨어진 작가 세르반테스가 자신의 작품 '돈키호테'를 죄수들 앞에서 시연한다. 그건 불가능한 꿈을 추구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잡을 수 없는 별일지라도, 힘껏 팔을 뻗으리라"고 외치는 흰 수염의 주인공 앞에서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 주인공을 나눠 맡은 조승우·류정한이 일급 연기와 노래를 선사한다. 11월 1일까지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 1588-5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