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예승이가 '일본은 왜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하느냐'고 물어보는데 답이 궁했습니다. 정광태씨 노래 '독도는 우리 땅'밖에 안 떠오르는 거예요. 자료를 찾다가 1953년 독도 수비대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굉장히 흥미롭고 영화적인 소재였어요."

투자배급사를 찾지 못해 표류해온 영화 '독도 수비대'가 순풍을 만났다. '7번 방의 선물'로 1281만명을 모은 이환경(45) 감독이 이 해묵은 프로젝트에 해결사로 나섰다. 지난 11일 만난 그는 "주변에서는 '왜 이 (흥행이) 불투명한 영화에 몸을 담느냐'고 말렸지만 남들이 피하는 길로 가는 게 내 습성"이라고 말했다. '7번 방의 선물' 속 여주인공 예승이가 바로 친딸 이름이다. "부모에 대한 사랑, 가족 이야기를 '독도 수비대'에서 더 넓혀나갈 것"이라고 이 감독은 덧붙였다.

20년 묵은‘독도 수비대’를 만들고 있는 이환경 감독은“‘7번 방의 선물’이 흥행하고‘물 들어올 때 노저어야지’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더 기다리니 이렇게 귀한 영화를 만났다”고 했다.

고(故) 홍순칠 대장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독도 수비대'는 6·25전쟁의 혼란을 틈타 독도를 점령하려던 일본에 맞서 '울릉도 촌놈들'이 자발적으로 힘을 모아 우리 땅을 지켜내는 이야기다. 최근 시나리오를 완성한 이환경 감독은 "그동안 이 프로젝트가 투자에 난항을 겪은 까닭은 영화적으로 오밀조밀하지 않고 밀도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전쟁 드라마가 아니라 사람 냄새 나는 휴먼 드라마로 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질은 희석시키지 않으면서 힘을 빼고 편하게 만들고 싶어요. 우리 집 앞바다에서 고기잡이하는데 그걸 막아서는 일본인들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입니다. 독도 수비대 이야기가 남성 중심이라서 해녀를 스무 명쯤 등장시킬 겁니다. 수비대원들과 '썸'도 있어요. 해녀들 덕에 죽을 고비도 넘깁니다."

현재는 이 밑그림을 다듬는 단계다. 이 영화를 운반할 투자배급사에 제안하고 내년 초 캐스팅을 거치면 여름에 촬영을 시작할 수 있다. "'7번 방의 선물'에서 류승룡이 그랬듯이 기존 이미지를 소비하지 않고 다른 얼굴에 도전하는 배우를 찾을 것"이라고 했다.

이환경 감독은 요즘 서울과 베이징을 오가며 두 가지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중국 프로젝트는 마윈(馬雲) 회장이 만든 알리바바픽처스에서 연출을 의뢰한 '대단한 부녀(父女)'다. 아빠와 딸이 자신들을 버리고 떠난 아내(엄마)를 찾아가는 휴먼 코미디라고 했다. 알리바바픽처스는 '그놈은 멋있었다','각설탕','7번 방의 선물'을 다 보고 폭력이 등장하지 않는 가족 영화를 잘 만들어줄 사람으로 이 감독을 선택했다고 한다.

사실 그에게도 영화 '독도 수비대'는 부담스럽다. "독도에는 영·호남도 여·야도 없고 남·북한도 없다"며 "국민 전체가 바라본다는 점에서 '내가 석유 들고 불구덩이로 뛰어들었구나'하는 생각도 가끔 한다"며 웃었다. 그는 지난 5월에 쾌속선을 타고 독도를 처음 가봤다며 말을 이었다.

"저쪽 멀리 독도가 보이는데 선장님이 '독도는 우리 땅'을 틀어주셨어요. 그렇게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그 노래를 따라 부르는데 참 새롭게 들리는 겁니다. 울컥하더라고요. 내 임무는 그 영화로 반일 감정을 일으키는 게 아닙니다. 아이들 손잡고 독도에 한번 가게끔 하면 다한 것 아닌가,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