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올리브TV의 '오늘 뭐 먹지?'는 일단 진행자인 신동엽과 성시경의 외모 변화만 봐도 신뢰가 가는 요리쇼다. 작년 9월 처음 시작했을 때 날이 서 있던 두 사람의 옆구리와 턱선은 1년 만에 상당히 푸근하고 부드러워졌다. 심지어 시청자도 두 사람이 먹는 모습을 눈으로 보기만 했는데도 배가 부르고 살이 찌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김윤덕 기자는 1시간 동안 운동하면서 이 프로그램을 봤는데 살이 조금도 빠지지 않는 기이한 경험을 했다).

요즘 유행하는 '예능스러운' 요리쇼라기보다는 예전에 친숙했던 요리 프로그램에 가깝다. 음식을 만들어 먹는 원초적인 즐거움에 충실하다. 오지(奧地)에 가둬두고 재료를 통제하는 식으로 먹는 걸로 장난치는 일도 없다. 호화찬란한 요리로 압도하는 대신 당장 해먹을 수 있는 걸 알려준다. 방송 분량도 30분 정도로 짧아서 보기에 부담 없다.

돼지 목살 스테이크, 콩나물 돼지찌개 같은 걸 가르쳐 주는 백종원의 집밥 강의가 남자를 타깃으로 했다면, '오늘 뭐 먹지?'의 레시피는 여성 친화적이다. 라자냐, 스펀지케이크, 햄버그스테이크 같은 로맨틱한 요리를 오븐이 아니라 전자레인지에 돌려 간편하게 만드는 법을 보여준다. 이연복이나 박효남 같은 유명 셰프들이 게스트로 나와서 자신들의 메뉴를 일반 가정 눈높이에 맞게 변형해서 알려주는 방식으로 집밥 트렌드도 놓치지 않는다.

게다가 다양한 연령층의 여심을 공략하는 예능 고수(高手) 신동엽과 성시경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감미로운 목소리의 훈남인 데다 요리까지 잘하는 성시경이 20~30대 여성을 공략한다면, 요리 젬병인데 게으름을 능청스럽게 감추는 솜씨 하나는 일품인 신동엽은 40~50대 아줌마 시청자들이 손뼉 치며 보게 만든다. 요리하는 중간중간 이 두 사람이 벌이는 티격태격이 느끼한 요리 중간에 들어간 톡 쏘는 양념처럼 입맛, 아니 보는 맛을 돋워준다.

요리쇼‘오늘 뭐 먹지?’는 신동엽(왼쪽)과 성시경이 보여주는 브로맨스(bromance·남자들의 우정)를 보는 재미가 있다.

신동엽이 그릇을 씻는 성시경의 엉덩이에 뜬금없이 '똥침'을 놓자, 성시경은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며 "아직도 항문기를 못 벗어났느냐"고 쏘아붙인다. 그러면 신동엽은 갑자기 손을 씻고, 그걸 본 성시경이 "그게 더 기분 나쁘다"고 받아치는 식이다. 그러다가도 식재료로 나온 전복을 보자 소주를 몰래 꺼내 "이건 물"이라고 우기면서 전복회 한 점에 소주 한잔 들이켤 땐 일심동체다. 요리 하나 배워보려고 채널을 돌렸다가 '안 웃기면 말고'라는 식의 깨알 개그에 중독되고 만다.

하지만 여기서도 쉴 새 없이 음악과 자막을 집어넣는 방송국 PD들의 고질병은 여전하다. 게스트가 여성이면 반드시 성시경과 러브 라인을 만들려는 강박도 여전하다. 어처구니없는 실수도 잦다. 성시경은 여성 스태프의 몸매를 두고 불편한 농담을 서슴없이 하다가 비난을 받았다. 프랑스 요리 전문가인 박효남 셰프가 미식가인 재미 언론인 피터 현과 얽힌 감동적인 일화를 들려주는데 자막에는 '피태연'이라고 나갔다. 보는 사람이 '오늘 굶고 만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제작진의 세심한 손맛이 더 필요해 보인다.

★아줌마 기자(김윤덕)의 포인트! 신동엽의 야한 농담은 음식과 결부되면서 물이 올랐다. 싱싱한 가지를 들고 "시경씨는 이렇게 곧아, 아니면 휘었어?"라고 할 때 박장대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