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생 만나면 '누나가 너보다 먼저 군대 갈 거다'고 말하곤 해요." 6일 오후 5시쯤 충남 논산 건양대 캠퍼스. 이 학교 체육관에서 체력 단련하던 여대생 11명 중 서희정(19)씨는 아령을 번쩍 올렸다. 땀범벅인 양 볼엔 머리카락이 붙은 채였다. 서씨와 함께 "흐읍, 흡" 호흡하며 팔굽혀펴기하던 이 학교 '여군 동아리' 여학생들도 "군대는 딱 내 적성"이라고 했다.

남성만의 세계로 여겨지던 '군대'에 여대생들이 "나도 가겠다"며 도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사회 각 분야에 여풍(女風)이 거센데, 최근 취업난까지 맞물리며 '안정적 직장'이나 '스펙 쌓기 차원' 등으로 여대생의 군대 가기 바람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여군 동아리부터 스터디 모임까지

여군 지원자가 늘면서 준비 과정도 그만큼 치열해지는 추세다. 건양대·단국대 등에선 아예 학교 내부에 여대생들의 군대 준비 동아리가 있다. 특히 건양대에선 군사학과 교수가 나서 2011년부터 여군 동아리를 운영하고, 체력 단련부터 필기 교육 대비까지 시킨다. 방학 중엔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아침 7시에 일어나 운동을 한 뒤 9시부터 국사 등 필기시험 공부하고, 오후 5시 30분쯤 오후 체력 단련을 또 하는 생활이 이어진다. 그래도 이 학교 이연지(19)씨는 "장교는 사회적 지위도 높고, 씩씩한 제 성격과도 맞아서 즐겁게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 학교 동아리에서는 지난 5년간 여자 장교 8명, 부사관 2명, ROTC 11명을 배출했다.

6일 오후 충남 논산 건양대 체육관에서 이 학교‘여군 동아리’여대생들이 학군사관(ROTC)이나 학사장교를 준비하기 위해 체력 단련에 한창이다.

여대생끼리 군대 장교·부사관 시험 스터디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취업 준비생 원주비(26)씨는 "학사장교를 준비하기 위해 여자 멤버만 6명인 스터디 모임을 올해 초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주로 이화여대 스터디룸에서 만나 학사장교 가산점이 붙는 한국어능력시험과 한국사검정시험 등을 공부한다. 장교·부사관 대비 전문 학원에 발길을 옮기는 여대생도 많다. 서울 영등포의 한 전문 학원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여성 수강생이 늘면서 절반 이상 여학생이 차지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여군 희망자가 늘며 군 사관학교를 희망하는 여생도 경쟁률도 동반 상승 추세다. 육군사관학교의 경우 2006년 여생도 경쟁률이 34.9대1에서 올해 40.37대1로, 해군사관학교는 같은 기간 39.4대1에서 59.9대1로 올랐다. 공군사관학교는 2010년 47.6대1에서 올해 69.2대1이란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 개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군내 여군 인력도 늘리고 있다"면서 "전체 군에서 여군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 약 4%에서 올해 6% 수준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여대생 군대 바람의 이면

이처럼 여군 희망자가 느는 원인으로는 대기업 취직을 위한 '스펙 쌓기'란 분석도 나온다. 대기업에서 장교 채용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장교 채용 설명회를 별도로 열고 있는 이랜드 측은 "여성 장교는 남성 장교가 가진 리더십에 여성의 섬세함까지 모두 갖고 있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여성 장교 출신을 뽑을 것"이라고 했다. 2013년 중위로 전역한 뒤 2014년 롯데 여군 장교 공채로 입사한 이하늘(29)씨는 "장교 공채는 일반 전형보다 경쟁률이 낮아 입사가 보다 수월한 편"이라고 했다.

'직업군인'이란 직업 자체의 매력이 커지는 것도 여군 열풍에 한몫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고용 안정성이 높고, 군인연금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군대는 '3D' 업종이 아니라 전문직이라고 인식이 바뀌는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여군 지망생이 느는 추세에 따라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오호영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 연구위원은 "여성은 출산·육아 등 때문에 군 생활에 힘든 점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군의 현실을 알려주는 사전 체험 행사 등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