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그토록 빛나고 아름다운 것/ 집에만 가져가면/ 꽃들이 화분이/ 다 죽었다."(진은영 '가족')

가족이란 게 그렇다. 천사 같던 아이는 사춘기가 되니 소(小)악마처럼 굴고, 아이에게 버팀목 같았던 부모는 앞을 가로막는 벽처럼 보인다. 분명 사랑하는데 왜 얼굴만 마주치면 험한 말을 내뱉게 되는 걸까.

연애부터 육아까지 요즘 못하는 거라곤 없어 보이는 TV 예능이 이번엔 도통 불통(不通)인 부모 자식 사이를 중재하겠다고 나섰다. SBS 예능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다. 갈등을 빚는 부모와 사춘기 자녀들이 출연해 '우리 좀 어떻게 해달라'고 한다. MC인 유재석과 김구라를 비롯한 연예인들이 그 나름의 해법을 제시해준다는 콘셉트는 영 못 미덥지만 재미는 있다.

제작진은 최근 유행인 관찰 예능의 포맷을 접목시킨다. 고민을 가진 가족의 일상을 따라붙어 문제의 원인을 찾는다. 한 번은 아이의 시선에서, 다른 한 번은 부모의 시선에서. 엄마는 거친 욕을 까닭없이 달고 사는 딸을 이해할 수 없지만, 딸에게 욕설은 남동생만 싸고도는 엄마에 대한 딸 나름의 반항이다. 아이의 입장을 보며 '맞아, 우리 엄마도 저랬는데'라며 낄낄대던 불효자식은, 부모의 입장으로 화면이 바뀌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디테일을 잡아낸 편집이 돋보인다. 늦둥이 딸의 치마가 짧다고 타박하던 엄마가 습관처럼 욕에 가까운 말을 내뱉거나, 엄마가 야단치는데도 침대에 드러누워 한숨으로 응대하는 딸의 모습이 가감 없이 방송된다. 그걸 본 출연자들이 '내가 정말 저랬어?' 하는 표정을 지으면, 지켜보는 이마저 가슴이 뜨끔하다.

출연자들의 사소한 고민도 와 닿는다. 남자처럼 옷 입고 행동하는 딸이 걱정인 부모, 혹독한 코치처럼 구는 엄마가 버거운 딸이 털어놓는 말은 폭넓은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갈등의 사연은 달라도 본질은 같다. 혹독한 사회에서 밥벌이라도 할 수 있도록 가열차게 몰아치는 부모와, 꿈과 개성 대신 정형화된 삶만 강요하는 부모가 싫은 아이들의 모습이 각기 다른 사연 속에 똑같이 녹아 있다.

유재석은 부모와 자식을 잇는 부드러운 다리가 되어주고, 사춘기 아들을 둔 김구라는 경험에서 나온 조언을 한다. 하지만 오랜 갈등이 몇 시간의 방송 출연과 얄팍한 조언으로 해결될 수는 없다. 아이돌에 빠진 딸을 걱정하는 엄마에게 제작진이 내놓은 해법이란 게 그 아이돌을 초대해 엄마와 인사시키는 식이다. 방송 구성으로는 무난하지만, 그게 정말 그 모녀에게 필요한 해법은 아닐 것이다.

★방송 담당 기자(권승준)의 포인트!

지금까지 총 10쌍의 부모·자식이 나왔는데, 아버지가 나온 경우는 딱 두 번뿐이다. 무뚝뚝한 한국 아버지들이 방송에 적합하진 않겠지만 제작진의 균형 감각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