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무진 대한의사협회 회장 사진

"메르스란 병보다 '심리적 공포'가 더 무섭습니다. 대한민국 의료진은 최고입니다. 호흡기나 신장 분야는 특히 세계 톱 수준입니다. 방심하지 않겠으니, 믿으셔도 됩니다."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 집단으로 꼽히는 의사들의 단체인 대한의사협회 추무진〈사진〉 회장은 3일 본지 인터뷰에서 '국민이 불안해한다'는 질문에 "우리를 믿어달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추 회장은 "메르스는 손 씻기 등 기본적인 개인위생만 지켜도 감염률이 높지 않다"면서 "병이 나도 병원에 가지 않게 만드는 집단 공포와 과민 반응이, 메르스란 질병보다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

◇"메르스, 공포의 대상 아니다"

추 회장은 "우리나라는 인공호흡기부터 신부전증에 대비한 인공 신장투석기, 호흡기 질환에 대한 약재까지 병원에 잘 갖춰져 있고, 의료진도 세계 최상 수준"이라고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와는 '수준이 다른' 의료 수준을 갖췄기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의 높은 사망률(40%)이 우리나라에선 현실화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국내에서 사망한 환자 두 명도, 이미 호흡기 질환 등을 앓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메르스에 전염된 케이스라, 온전히 메르스에 의한 사망과는 차이가 있다고 추 회장은 설명했다.

추 회장은 "확진자 중 3명이 현재 퇴원을 준비 중인데, 이는 희소식"이라고 했다. "메르스는 바이러스 증상이라 '완치'가 가능한 것은 물론, 메르스에 대한 항체까지 생깁니다." 추 회장은 메르스 완치자는 다른 메르스 환자를 간병해도 될 정도로 저항력이 강해진다는 외국 논문이 이미 나와 있다고 말했다. 에볼라 바이러스도 완치된 환자의 혈액에 있는 혈청으로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는 것처럼, 메르스의 치료법도 더 속도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사스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메르스의 낮은 전염력(1인당 0.6~0.7명 전파)에, 한국 의료진의 치료 수준까지 감안하면 메르스는 결코 "공포의 질병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3일 충남 천안의 한 병원에서 메르스 의심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병원 내 진료를 받기 위해 찾은 이들과 메르스 의심환자가 접촉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독립된 공간에서 진료와 검사를 받도록 한 메르스 전용 임시 진료소가 운영되고 있다.

"의사로서 방심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내놓았다. "지역 사회에서 나도 모르게 메르스에 걸린 사람이 나오는 게 가장 위험하고, 최악의 상황일 것"이라는 추 회장은 "특히 다음 주 초가 지역 사회에 메르스가 마구 퍼질지 가늠하는 주요 반환점이라 생각돼 이에 대비하겠다"고 했다.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적시에 의료 기관을 찾아 치료받고, 매뉴얼만 잘 지키면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추 회장은 말했다.

의협은 3일 메르스 자가격리 대상자와 부양자·가족 등에 대한 예방조치 매뉴얼을 발표했다. 자가격리에 들어간 사람은 마스크를 쓴 채 자택 내 다른 가족 구성원과 떨어져 있어야 하고, 가족들은 최소 간병 인력만 남되, 공용으로 사용하는 장소를 철저히 환기하라는 식이다. 추 회장은 메르스 핫라인(043-719-7777)은 집에 메모해 두는 게 좋겠다고 했다.

◇"메르스 전사가 되겠다"

"의사의 본분이자 사명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입니다. 위기 상황일수록 이 말은 의사들의 의지를 다지고, 빛을 낼 것입니다." 추 회장은 "우리 의료진은 서아프리카까지 파견갔었고, 사스·신종 플루가 영향을 끼쳤을 때도 환자를 치료했다"며 "이번 메르스에서도 최일선에서 뛸 것"이라고 했다.

국민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추 회장은 "우리 국민들 너무 동요하지 마시되, 병원을 찾았을 때는 솔직하게 자신의 증상과 접촉 경로 등을 설명해 주시라"고 했다. 첫 감염 환자가 여행 경로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환자가 많았던 사실을 환기시켜 준 것이다. "발열·호흡기 증세 등 정보를 많이 주실수록 의료진이 정확하게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도 했다. 일선 의료진을 위해 일회용 가운이나 마스크·장갑 등이 빨리 보급될 수 있도록 의협 차원에서 적극 돕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의사를 대표해 감히 말합니다. 우리 의사들은 한 명 한 명이 메르스 퇴치의 '최일선 전사'가 되겠습니다." 추 회장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1986년 졸업하고,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 순천향대학교 및 충북대학교 의과대학교수, 메디서울이비인후과의원 원장을 거쳐 38·39대 의협 회장을 맡고 있다.

4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새누리당 메르스 비상대책특위 및 전문가 합동 간담회에서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이 "국민들이 메르스에 대해 과잉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메르스에 대한 정보 공유가 국민들에게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