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가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 과정을 각색해 국민에게 발표했다는 의혹이 저명 언론인의 탐사 보도로 제기돼 정부가 이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그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언이 추가로 나와 논란이 커지고 있다. NBC방송,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도 이번 사태를 자체적으로 취재 보도하면서 언론인 세이모어 허시의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NBC는 12일(현지 시각) 4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CIA(미 중앙정보부)는 알카에다 지도자인 빈 라덴을 사살하는 그해 파키스탄 군정보부 요원의 도움을 받았다"면서 "파키스탄 당국은 빈 라덴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었지만, CIA는 모르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CIA가 빈라덴 측근인 아흐메드 알쿠웨이티를 끈질기게 추적해 빈 라덴의 은신처를 발견하는 성과를 냈고, 이를 통해 빈 라덴을 극적으로 사살할 수 있었다'는 정부 발표를 완전히 뒤집는 것이다.
NBC는 허시 주장을 뒷받침하는 이 같은 증언을 보도하면서 "미 정부는 항상 특수부대 네이비실의 작전이 성공하면 이를 영웅담으로 만들어 왔다"면서 "이번 빈 라덴 작전도 파키스탄 정부로부터 핵심 정보를 받았는데도 이를 숨긴 채, '능력 있는' 미 정부의 큰 성과인 것처럼 만들려 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뉴욕타임스의 캐로타 갈 중동 전문 기자는 12일 '세이모어 허시의 빈 라덴 이야기에 나온 디테일이 사실로 들린다(ring true)'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그는 알카에다의 9·11 테러가 벌어진 2001년부터 십수년간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을 현장 취재했으며, 빈라덴 사살 작전이 벌어지던 당시에도 파키스탄에 머물고 있었다.
그는 기사에서 "빈 라덴이 사살된 직후 이번 작전에 파키스탄군이 연관돼 있다는 설이 파다했다"면서 "이번에 허시가 의혹을 제기했지만, 사살 작전이 끝나고 2년 뒤 나도 파키스탄 정보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파키스탄 당국이 빈 라덴을 이용하기 위해 숨겨주고 관리했으며, 나중에 이를 미국에 알려줘 사살을 도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빈 라덴 사살 작전 당시 네이비실의 헬리콥터 한 대가 건물에 충돌해, 마을 주민이 이를 경찰에 신고했는데도 경찰이 바로 출동하지 않은 것도 파키스탄 정보부가 제지했기 때문이라는 말을 현지 경찰 관계자로부터 들었다고 했다. 그는 또 "허시 주장이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오바마 정부가 이번 사건의 전말을 더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