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일 발표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설치를 위한 특별법 시행령 수정안은 조사의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동안 논란거리로 부각된 3대 요소를 집중 보완했다. 특조위 조사 범위를 확대했고, 파견 공무원 비율을 축소했으며, 세월호 사고에 책임이 있는 해양수산부·국민안전처 공무원들은 최대한 배제했다. 정부는 "제기된 10가지 쟁점 사항 가운데 법적으로 가능한 7가지를 수정안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30일 차관회의를 거쳐, 다음 달 초 국무회의에서 수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특조위와 유족 측은 "특조위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수정된 것 없는 수정안"이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정부, 특조위 요구안 10개 중 7개 수용

정부가 지난 3월 입법 예고한 특별법 시행령에 대해 특조위와 유족 측은 "정부안을 전면 폐기하고 특조위안(案)을 시행하라"고 요구해 왔다. '특조위안'이란 지난 2월 야당 추천 특조 위원 등이 중심이 돼 정부에 요구한 시행령안을 말한다.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는 특조위의 독립성이 훼손됐다는 주장이었다. 정부 입법 예고안에서는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조사1과장과 구조·구난 작업이 제대로 됐는지를 따지는 조사2과장의 업무가 '정부 조사 결과의 분석 및 조사'로 명기돼 정부가 조사 범위를 제한하려 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번 수정안은 정부 조사 결과에 대한 검증과 별도로 일반적인 조사 권한을 명기해, 특조위와 유족 측의 요구를 수용했다.

29일 오후 김영석 해양수산부 차관이 세종시 정부 세종청사에서 세월호특별법 정부 시행령의 수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이틀째 농성 중인 이석태(가운데) 세월호 특조위원장과 위원들이 29일 해수부가 발표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수정안을 거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또 특조위에 파견되는 공무원이 많다는 지적을 수용해 공무원 비율을 49%에서 42%로 축소했다. 고참급 실무자인 6급은 민간인을 늘리고, 하위직인 7급은 공무원을 늘렸다.

특히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해수부와 안전처 출신은 거의 배제했다. 입법 예고안에서 17명이던 해수부·안전처 파견 공무원이 8명(해수부 4명, 안전처 4명)으로 대폭 줄었다.

아울러 광범위한 기획·조정 업무로 특조위 권한을 침해할 우려가 제기된 기획조정실장을 '행정지원실장'으로 격하하는 한편 해수부가 아닌 국무조정실·행정자치부·기획재정부 가운데서 파견받기로 했다. 특위 정원도 특조위 요구를 감안해 90명으로 출범하되 6개월 뒤 120명으로 확대키로 했다.

◇특별법과 충돌 소지 있는 요구는 수용 안 해

정부는 그러나 핵심 조사 라인인 진상규명국장과 조사1과장을 모두 민간 출신으로 해야 한다는 요구는 수용하지 않았다. 해수부 김영석 차관은 "국장과 과장 모두 민간이 담당할 경우 조사의 객관성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며 "검찰 수사 서기관인 조사1과장을 포함한 모든 공무원은 법에 따라 임명, 징계, 지휘·감독 등 특조위의 통제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또 위원장이 지명한 소위원장이 각국(局)을 지휘·감독하도록 하는 체제는 '사무처장이 위원장 지휘를 받아 소속 직원을 지휘·감독한다'는 특별법 내용에 위배되는 것이라 수용하지 않았다. 아울러 모든 분야에서 안전 사회 건설 대책을 수립하고 재해·재난 예방에 대한 사항을 다루도록 하자는 요구도 세월호와 관련된 내용 중심으로 국한하는 조항을 유지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정안에 대해 "완전한 민간 독립 조직으로 했을 때는 업무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정부가 (특조위 등의) 요구를 상당 부분 받아들였다면 특조위를 출범시키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특조위와 유족 측은 수정안을 거부하며 정부안을 전면 폐기하라는 기존 주장을 거듭했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특조위는 독립 기구이므로 스스로 시행령을 마련하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특조위는 기조실장에 해당하는 직위를 아예 폐지하고 위원장이 지명한 소위원장이 각국을 지휘·감독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