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사랑이 뭔지도 모르는 나이에 뮤지컬에 나와서 사랑을 외친다고요. 저희는 성숙미가 넘치는 목소리를 들려 드릴 거예요."(김선경)
"중년 여성들에게 '내 안의 외침을 들어라'고 말하는 작품입니다.지는 해가 아니라 떠오르는 해라는 거죠."(박해미)
연륜과 실력을 갖춘 뮤지컬계의 '언니'들이 한 작품에 나온다. 그것도 200석 규모의 소극장 무대다. 오는 10일 개막하는 라이선스 뮤지컬 '쿠거(Cougar)'에는 '맘마미아'의 박해미(51), 영화 '써니' 등으로 친숙한 김선경(47), '레베카'에서 반 호퍼 부인 역을 맡았던 김희원(41), '루나틱''꽃신' 등으로 주목을 받은 최혁주(40)가 출연한다. 모두 산전수전 다 겪은 중견 뮤지컬 배우다.
'쿠거'란 젊은 남자를 찾아다니는 연상녀를 가리키는 속어. 40대 싱글 여성 세 명이 젊은 남자들과 사귀면서 자신감을 얻고, 행복과 자기 인생을 찾아간다는 것이 뮤지컬의 줄거리다.
박해미와 김선경이 더블캐스트로 나오는 릴리는 희생을 감당하다 이혼당한 뒤 연하 남성이라는 '신세계'를 찾아가는 역할이다. 김선경은 "무분별한 사랑이 아니라 상당히 절제된 모습을 보여주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때론 열정적으로 사랑하다가도, 상대를 위해 이별을 선택하기도 하죠. 중년 여성만이 할 수 있는 사랑이에요."
최혁주는 똑똑하지만 욕구를 숨기고 사는 클래리티 역, 김희원은 '쿠거 바'의 주인으로 유머 넘치는 메리-마리 역할을 맡았다. 최혁주는 "중년 여성들이 좋아할 라틴계 음악이 많아 즐겁게 노래를 부를 수 있다"고 했고, 김희원은 "'46번 자세로 남자가 뒤에서 들어오라고 주문을 왼다'는 식으로 상상을 자극하는 대사들이 있어 연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이들과 만나는 모든 남자의 역할을 이주광·조태일 두 배우가 멀티로 맡는데, 여배우들은 "안 그래도 몸매 관리하느라고 밥 못 먹는 애들이 발육 상태 좋은 우리를 번쩍 안아 올리느라 애쓰는 걸 보면 불쌍해 죽겠다"며 웃었다.
남편이 아홉 살 연하인 박해미는 연습 도중 울컥했던 장면이 하나 있었다고 했다. "릴리가 속으로는 애인을 사랑하는데도 그를 위해서 '헤어지자'고 말하는 대사가 있어요. 그런데 그게 제가 결혼 전에 남편한테 했던 말이랑 똑같은 거예요, 글쎄!"
오랜만의 소극장 출연이 다들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관객과 교감이 커서 훨씬 분위기가 좋을 거예요. 객석과 이야기를 주고받고, 커튼콜 때 앙코르곡까지 부르려면 원래 공연 시간 90분이 훨씬 더 길어질 텐데요, 뭘." 김선경이 쉴 새 없이 말을 이었다. "저희는 이미 많은 스토리를 갖고 있는 나이예요. '쿠거'는 중년이 결코 한물간 나이가 아니라 인생의 전성기라는 걸 말하는 작품인데, 그걸 연기로도 보여 드릴 겁니다."
▷뮤지컬 '쿠거' 4월 10일~7월 26일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1588-5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