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면 어떡하지? 차라리 신인이라면 부담이 없을 텐데….' 지난해 2월, 한 뮤지컬의 오디션을 보던 20년차 록 가수 윤도현(43)은 "무척 어색하고 긴장됐다"고 털어놨다. 1995년 데뷔 이후 오디션이라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다. 같은 오디션에서 배우 전미도(33)는 '아이고, 내가 정말 미쳤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태어나서 한 번도 피아노를 배워 본 적 없지만, 연주곡의 손가락 순서를 통째로 외운 뒤 오디션에 도전했던 것.
오디션을 통과한 그들이 남녀 주인공을 맡은 뮤지컬은 지난 연말 개막해 '고품격 뮤지컬'이란 호평을 듣고 있는 '원스(Once)'다. 배우 이창희·박지연과 더블 캐스트다. 이 뮤지컬은 배우 12명이 바이올린, 첼로, 만돌린, 아코디언 등을 직접 연주한다. 어쿠스틱 음악의 성찬(盛饌)이란 말도 듣는다.
"화려한 쇼 뮤지컬과는 다르게 잔잔하고 세밀한 감정이 살아나죠."(윤도현) "음악이 사람들의 상처를 위로하고 힘을 줘요."(전미도) 그것은 국내 대표적 로커인 윤도현과 연극·뮤지컬계에서 주목받는 여배우 전미도가 이 작품에 꼭 출연하고 싶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한 '원스'는 음악의 꿈을 포기하려는 남자 주인공 '가이'가 체코 이민자인 여자 주인공 '걸'을 만나 서로를 위로하며 인생의 의미를 찾는 줄거리다. 윤도현은 '원스'가 "제 인생에서도 큰 의미가 있는 뮤지컬"이라고 말했다. "해외 팀과 함께 느리지만 꼼꼼하게 작업하면서 훨씬 더 자유를 느꼈어요. 대중에 영합하기보다 음악의 본질을 신경 쓸 수 있는 기회였어요. 포크 성향이 짙었던 제 데뷔 때처럼요." 전미도는 "연습 기간 6개월 동안, 박자든 호흡이든 하루에 한 가지씩 제대로 배우겠다는 각오로 해 나갔다"고 했다.
지난달 3일 첫 공연을 앞두고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윤도현은 "배우들의 호흡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안 되는 공연이라 다들 엄청나게 집중했는데, 다행히도 연습할 때보다 잘해서 안도했다"고 했다. 그런데 전미도가 피아노 연주 도중 건반을 살짝 잘못 눌렀다. 머릿속이 하얘졌고, 공연이 끝나자마자 분장실에서 펑펑 울었다.
하지만 윤도현은 전미도에 대해 "정말 안심이 되는 배우"라고 했다. "무대 위에서 본능적으로 모든 걸 할 줄 아는 사람이죠. 이민자를 표현하기 위해 한국말 대사를 외국인이 하듯 말하는데, 기가 막히지 않습니까?" 그 말을 들은 전미도가 수줍게 웃으면서 말했다. "한 번도 얘기한 적 없었는데…. 저 사실 초등학교 때부터 오빠 열성 팬이었어요. CD도 많이 모았었는데. 저 성공한 거 맞죠?"
이 잔잔한 뮤지컬에서 관객은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순수하고 진심 어린 풋사랑이 나와요. 아는 동생들에게 꼭 말합니다. '썸 타는(사귈듯 말듯 하는 관계인) 여자가 있으면 꼭 같이 오라'고요."(윤도현) "그냥 두 시간 반 동안 앉아서 오래 잊고 있던 감정들을 찬찬히 느껴 보세요. 치유의 시간을 얻으실 수 있을 거예요."(전미도)
▷3월 29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02)577-19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