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리 에브도 총격 테러가 일어난 프랑스에서 지난 11일 열린 '파리 행진'에 세계 정상들과 참가한 터키와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상대국을 향해 '언어 폭탄'을 투하하며 말싸움을 벌이고 있다.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터키 총리는 15일 TV 기자회견에서 자신과 함께 행진에 참석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테러범에 빗대 비난했다. 그는 "네타냐후는 파리 테러범들처럼 반인도주의 범죄를 저질렀다"며 "행진 때도 외톨이처럼 보이더라"고 했다. 또 네타냐후 총리를 "가자 해변에서 놀던 어린이들을 학살하고 수천 채 집을 파괴한 정부의 지도자"라고도 했다. 다부토울루 총리의 발언은 앞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가 상대방을 향해 한 차례 '막말 싸움'을 벌인 데 이은 '지원 사격'이었다.
포문을 연 것은 에르도안 대통령이었다. 지난 12일 그는 전날 파리 대행진에 참석한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수반과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네타냐후의 행진 참가를 공개 비난했다. "어떻게 그가 감히 파리에 갈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가자지구의 2500명을 학살한 국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손을 흔들며 행진하다니"라며 독설을 퍼부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앞서 작년 이·팔 교전 때도 이스라엘에 대해 '야만성이 히틀러를 능가한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도 가만있지 않았다. 네타냐후 총리는 14일 "우리가 파리에 가선 안 되는 이유가 하마스가 쏘아대는 로켓을 방어했기 때문이라는데, 국가 정상이 이런 식으로 발언하는 경우는 지금껏 보지 못했다"며 분개했다. 그는 "이 낯부끄러운 발언을 국제사회가 가만히 두면 안 된다"고도 했다.
두 나라가 원래 앙숙은 아니었다. 세속주의를 지향한 터키는 1949년 이슬람권에서는 처음으로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했으며, 1996년 두 나라가 FTA를 체결하는 등 정치·경제적으로 협력 관계였다. 그러나 이슬람 근본주의 성향이 강한 에르도안이 총리로 집권한 뒤 관계가 싸늘해졌다. 결정타는 2010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던 터키 구호 선박을 이스라엘이 공격해 10명이 숨진 사건이었다. 터키는 주 이스라엘 대사를 소환하며 반발했고, 두 나라 각종 교류·협력도 중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