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18)을 사살한 백인 경찰 대런 윌슨(28)에 대해 불기소 결정이 알려진 24일 오후 8시 30분. 밖에서 '대런 윌슨에게 종신형을' '인종주의가 마이클을 죽였다' 등의 피켓을 들고 삼삼오오 모여 스마트폰 등으로 중계를 지켜보던 흑인들의 얼굴이 점차 일그러졌다. 검찰의 대배심 결정문 낭독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많은 이가 흐느끼거나 욕설을 하며 거리로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치장이 돼 있던 퍼거슨시 거리는 1시간도 안 돼 '전쟁터'로 변했다.

시위대는 "윌슨을 기소하라. 정의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는 구호를 외치며 밤새 경찰과 충돌했다. 시위대가 빈 병과 벽돌 등을 던지며 공격하자 경찰은 최루탄을 쏴대며 해산·진압에 나섰다. 분노한 시위대가 몰려다니며 경찰차 창문을 부수고 투석전을 벌였다. 최소 2대의 경찰차가 불탔고 25곳에서 방화가 일어났다.

부수고, 불지르고, 상점 물건 훔치기까지 - 24일 밤 대배심 결과가 나온 직후 미주리주 퍼거슨은 전쟁 상황을 방불케 하는 절규와 폭력으로 물들었다. 돌과 파이프 등을 동원해 경찰차를 부수고(사진 위), 상가·주유소 등 25곳에서 대규모 방화가 저질러졌으며(가운데), 일부는 상점으로 몰려가 물건을 훔치고 집기를 부수기도 했다(사진 아래).

시위대들이 5~6대의 차를 나눠 타고 수십명씩 몰려다니며 수퍼마켓과 술집 유리창을 깨고 물건을 약탈하기도 했다. 퍼거슨 인근 유니버시티에선 경찰이 총격으로 팔에 부상을 입기도 했다. 경찰은 시위대의 총기 사용 증언이 나오는 등 사태가 악화하자 곧 주요 가담자 80여명을 검거했다. 양측 간 충돌로 1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시 교육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25일 관내 모든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연방항공국도 퍼거슨 일대를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하고, 인근 세인트루이스 국제공항의 비행기 착륙을 금지했다. 고속도로의 양방향 통행도 통제했다.

이날 시위는 미 전역으로 확산됐다.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선 시위대 1000여명이 몰려나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인종주의는 독재" "우리 친구들을 죽이지 마라"는 피켓을 들고 맨해튼 가두행진에 나섰다. 빌 브래튼 뉴욕시 경찰국장이 시위대를 설득하려고 현장에 나타나자, 누군가 그의 얼굴에 붉은 액체를 뿌리며 야유하기도 했다. 시위대 절반 이상은 백인이었다. 백인 여성인 로리 아르바이터(56)는 "인종차별은 흑인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흑인에 대한 차별을 방치할 경우 결국 다음 희생양은 백인이나 라틴계 중에서 힘없는 사회적 약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흑인 인구 비중이 높은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시에선 도심의 상가들이 "우리는 마이클 브라운을 지지한다"는 팻말을 유리창에 내걸었다. 혹시 있을지 모를 약탈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일부는 도로를 점거하고 하얀 분필로 시신이 쓰러진 곳에 선을 긋고 그 안에 눕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시카고에서도 200여명이 경찰서 앞에 모여 "살인 돼지(killer pig·백인 경관을 지칭)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항의했다. 필라델피아 종교계 지도자들은 이날 저녁 긴급 회동을 갖고 이번 사태에 대한 대처 방안을 논의했다고 지역방송인 6abc가 전했다. 이날 시위는 워싱턴DC와 LA, 시애틀, 애틀랜타, 덴버 등 미국 내 17개 도시에서 벌어졌지만, 폭력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AP통신은 "퍼거슨시 시위가 25일 새벽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