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濕地)는 생태계 보고(寶庫)로 불린다. '람사르 네트워크 재팬'(람네트J)은 온갖 새와 양서류, 물고기들의 터전인 습지를 지키겠다는 개인·단체가 뭉쳐 만든 조직이다. 특히 이 단체는 습지도 살리고 지역 주민도 잘살게 하는 지혜를 냈다. 미야기현 북부 쇠기러기들의 보금자리인 습지를 지키기 위해 지역 농민들이 겨울에도 논에 물을 채우도록 하고 "친환경 농법으로 기른 쌀"이라고 홍보해 농가 소득도 높이고 새들의 보금자리도 지켜낸 것이다. 가시와기 미노루〈사진〉 람네트J 공동대표는 "습지의 물이 마르면 모든 생물이 죽고 만다"면서 "습지를 지키는 일은 곧 인간을 살리는 것"이라고 했다.
―쇠기러기와 지역 주민을 함께 살리는 아이디어를 냈는데.
"습지를 살리기 위해 지역 주민의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할 수 없다. 쇠기러기를 위해 친환경 농법을 쓰는 논에서 재배된 쌀은 일반 쌀의 2~3배 가격에 팔린다. 비싸도 이 쌀만 일부러 찾는 사람까지 생겨날 정도로 잘 팔린다. 환경을 살리면서도 주민들도 이익을 낼 수 있는 '윈·윈 전략'이 성공한 셈이다."
―특히 습지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육지와 물이 맞닿은 곳이 습지다. 이곳엔 다양한 생물이 살지만 개발 압력도 거세다는 특징이 있다. 중학교 교사로 있을 때부터 환경, 특히 습지에 관심이 많았다. 조직을 결성하는 데엔 2008년 한국 창원에서 열린 람사르(Ramsar)조약 국제회의도 계기가 됐다. 이를 앞두고 한국의 습지 보전 단체와 매년 '일·한 비정부기구 습지 포럼'을 개최해 오다 2009년 지금의 람네트J를 정식 발족했다."
―한국도 자주 찾았는데, 한국의 습지 상황은 어떤가.
"1990년대 중반부터 50차례 넘게 한국을 찾았다. 한국과 일본은 습지 환경이 비슷하고, 개발 압력이 거세다는 점까지 똑 닮았다. 특히 한국 서남부 갯벌 지역은 1990년대 중반과 비교해 찾는 새도 많이 줄고 갯벌의 모습도 사라지는 곳이 많아 가슴이 아프다."
―앞으로 활동 계획은.
"일본은 물론 한국이나 다른 아시아 지역의 습지를 지키기 위해 활동 외연을 넓히고자 한다. 갯벌에 사는 멸종 위기종 '넓적부리도요'를 보호하기 위해 동남아 국가들과도 협력을 시작했다. 한국의 습지나 갯벌이 사라지면 이를 보금자리로 하는 철새 등이 줄어 이웃 국가의 생태계까지 영향을 준다. 이웃 국가들이 습지를 지키기 위해 모두 협력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