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흔 산업2부 차장

얼마 전 어머니에게서 카카오톡을 받았다. '너 왜 답장이 없니?' 뒤늦게 모바일 메신저 이용법을 배운 어머니가 '한 번 다녀가겠다'고 문자를 보냈는데 아들이 답이 없자 역정이 나신 것이다. 뒤져보니 어머니의 메시지를 확인조차 못 한 채 하루가 지나 있었다. 전화를 걸어서 "전화하면 될 일을 왜 굳이 메시지로 보내시느냐"고 되레 화를 냈다.

이런 일을 자주 겪는다. 전화를 걸면 될 일을 굳이 문자나 메신저로 보내는 것이 일상화됐다. 문자가 온 것을 한참 뒤에 발견하는 일도 잦다. 통신업계에선 이를 '동기식 대화'와 '비(非)동기식 대화'의 차이에 비유해 설명한다. 기술 용어인 동기식(同期式)은 송신과 수신하는 쪽의 시간대를 맞춰 데이터를 주고받는 것이고, 비동기식은 서로 시간을 맞출 필요가 없는 전송 방식이다. 그럴싸한 것이 음성 통화는 말하는 쪽과 듣는 쪽이 같은 시간에 전화기를 들고 있어야 하는 반면 문자 메시지는 수신자의 상황에 관계없이 보내기만 하면 끝이다. 간혹 주요 행사 일정을 보내놓고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확인도 않는 '강심장'도 있다. 그래도 못 읽은 사람의 잘못이니 발신자에게 편리한 일방적인 소통 방식이다.

스마트폰 보급 이후 비동기식 대화의 비중이 커졌다. SK텔레콤이 최근 3년간 음성 통화 사용량을 분석했더니 2011년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월평균 193분을 통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12년 179분으로 줄더니 작년 1~3월엔 월평균 168분까지 떨어졌다. 그사이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인 카카오톡의 메시지 유통량은 하루 60억 건까지 늘었다.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보면 의사소통에서 언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표정이나 제스처, 호흡 등 다른 신호를 통해 소통하는 비중이 더 크다. 이 능력은 남성보다 여성이 월등해서 여자한테 거짓말할 때는 얼굴을 보여주지 말라는 우스개도 있다. 단문(短文) 위주의 SNS에 유독 유언비어가 많이 퍼지는 것은 이런 심리학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몇년 전 SNS의 등장에 열광했던 야당은 최근 '대선에선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공론 형성의 역할을 했지만 보수 집단이 카카오톡을 선전 도구로 활용해 여론 지형을 뒤집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여당이 과거 트위터에 보였던 신경질적인 반응을 야당이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애초에 진정한 의사소통의 장(場)으로 기능하기 힘든 SNS를 신줏단지처럼 모신 결과다.

요즘 음성 통화량이 다시 늘고 있다. 통신 회사들은 음성 무제한 서비스 등장에 따른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SNS에 지쳐 상대방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닐까. 목소리를 들으며 대화하고 직접 만나야 반쪽짜리 소통에 따른 오해를 줄일 수 있다. 정치권도 '국민이 우리를 이해하지 못한다'며 다시 SNS로 달려가는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대화의 상대방이 코앞에 있는 국회야말로 정치인들이 대화하고 소통하라고 만들어 놓은 장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