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어 봤다. 지난주 개막한 창작 뮤지컬 '살리에르'〈사진〉를 보면서, 밀로시 포르만 감독의 영화 '아마데우스'(1984)와 유사한 장면이 몇 개나 되는지 말이다. 하인이 문을 두드리고 살리에리가 자살을 기도하는 첫 장면, 살리에리의 제자인 여가수가 모차르트에게로 가는 장면, 모차르트의 미완성 유작 '레퀴엠'을 살리에리가 받아 적는 장면…. 최소한 일곱 곳이었다. 아직도 극 구성에서 고전(苦戰)을 겪는 창작 뮤지컬의 한계로 보였다.

하지만 탁월한 연출과 음악이 이 뮤지컬을 살렸다. 주인공은 후대 사람들에게 모차르트를 시기하고 독살했다는 의심을 받았던 이탈리아 작곡가 안토니오 살리에리(Salieri·1750~1825)다. 푸시킨의 희곡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를 원작으로 한 이 뮤지컬은 그 '의심'을 극화했다.

극은 1막에서 '노력한다면 안 되는 일은 없어'라며 새마을운동 지도자처럼 성실한 캐릭터였던 주인공이 2막에선 '뜨거운 불에 던지면 재가 되어 사라질 모차르트!'라며 질투에 사로잡힌 인물로 변하는 모습을 극적으로 표현한다. 난데없이 나타나 주인공의 질투심에 불을 붙이는 젤라스('질투'란 뜻)는 실존 인물이 아니라 살리에리의 분열된 자아(自我)처럼 보인다.

클래식 선율과 어우러진 삽입곡들은 이 같은 극의 진행에 힘을 실었다. 주인공의 자아분열이 극에 달하는 1막 마지막 곡 '신이시여'와, '레퀴엠'과 조화를 이룬 2막의 3중창 '둘이 함께'는 무척 깔끔했다. 초반부에 목이 덜 풀린 듯했던 배우들의 가창력은 뒤로 갈수록 살아났다. 살리에르 역의 정상윤이 진중한 연기를 끝까지 밀어붙였다면, 젤라스 역의 김찬호는 인간 본성의 뒤틀린 이면을 소름끼치게 묘사했다.

마침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오스트리아산(産) 뮤지컬 '모차르트!'가 오는 주말까지 공연 중이다. 한 극장에서 '천재와 범인(凡人)'의 대결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뮤지컬 '살리에르' 8월 3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02)588-7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