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임명 강행'으로 가닥을 잡았고 본인도 물러날 뜻이 없었던 정성근〈사진〉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오전 갑자기 자진 사퇴했다. 여권(與圈)에서는 여론 악화 때문이라고 하지만, 야당에서는 "사생활 문제로 버틸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靑, 지명 철회 없다더니…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오후 정 후보자와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를 당일 자정까지 송부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이는 '정성근 임명 강행'으로 해석됐고 청와대도 부인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일부 소명이 됐다"고도 했었다. 정 후보자의 과거 '아파트 실거주' 여부를 놓고 위증(僞證) 의혹이 있었으나 정 후보자가 실제 8개월 정도 살았고, 인사 청문회 정회(停會) 직후 가진 '폭탄주 술자리'에서도 정 후보자는 거의 술을 안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두 달 넘게 지속된 인사(人事) 정국을 마무리 짓고 2기(期) 내각을 출범시키고 싶어 했다"고 했다. 새누리당과 청와대·정부의 핵심인사들이 정 후보자 임명에 부정적인 의견을 갖고 있다는 점이 박 대통령에게 전달됐지만 박 대통령은 뜻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밤에도 청와대 관계자는 "'정성근 카드'를 버릴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고도 했다.
◇野, 사생활 폭로 압박
이런 기류 속에서 정 후보자가 16일 갑자기 그만둔 것은 그의 부적절한 사생활과 관련된 새로운 의혹 때문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새정치민주연합에 정 후보자의 사생활에 대한 제보가 접수된 것은 청문회가 열렸던 지난 10일쯤이었다고 한다. 새정치연합은 정 후보자가 14년 전에 매우 부적절한 행동을 했었다는 제보를 바탕으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측도 만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회동에서 이 문제에 대해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내대표는 "그때까지만 해도 이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인사청문위원이었던 새누리당 신성범 의원은 "청문회 날(10일) 새정치연합 김태년 의원으로부터 '추가 폭로 내용이 있다'는 말을 처음 들었고, 2~3일이 지나서 어떤 문제인지 알게 된 다음에 청와대에 이를 알려줬다"고 말했다. 야당은 내부적으로 "사생활 문제가 도덕적 결함이 될 수 있지만 장관직 수행과는 무관한 것 아니냐"는 반론 때문에 폭로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정 후보자 임명 강행 의사를 밝히자 야당은 15일 일부 언론에 자신들의 조사 내용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도 "15일 청와대가 청문보고서 송부를 요청하자 새정치연합이 확보했던 제보가 언론으로 흘러들어 갔다고 한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16일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후보자에 대해 들어온 제보를 놓고 추가 폭로를 고려하고 있다"며 "그 사안들은 국회 교문위원들이 '입에 담기조차 싫은 내용'이라고 말한다"고 밝혔다.
◇다시 '부실 검증' 논란
박 원내대표의 이 발언 직후 정 후보자는 자진 사퇴했다. 정 후보자의 사퇴는 청와대와 사전 조율을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또다시 '부실 검증'에 대한 지적이 나왔고 청와대 관계자는 "14년 전 사생활까지 스크린하기는 어려웠다"고 했다. 정 후보자의 자진 사퇴에 대해 새누리당 함진규 대변인은 "정 후보자의 결단을 존중한다"고 했다. 새정치연합 유기홍 수석 대변인은 "자진 사퇴가 아니라 국민 여론에 밀린 사퇴"라고 했고, 국회 교문위 야당 간사인 김태년 의원은 "붕괴한 인사 검증 시스템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조현재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도 지난 15일 사표를 제출했으며 이날 수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3월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차관에 임명됐던 조 전 차관은 최근 한국체육대학교 총장직에 응모했기 때문에 차관직을 그만뒀으며, 장관 청문회와는 무관하다고 문체부는 밝혔다. 하지만 문체부 내에선 "장관 후보자가 물러나며 조직이 뒤숭숭한 마당에 제1차관마저 사직하는 것은 정부 전체가 뭔가 체계적으로 통제되지 못한다는 느낌"이라는 말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