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에 시기와 질투는 일상이요, 견제와 비방은 숙명이다. 행복한 잡음이라 하겠다. 그러다 보니 자가당착에 빠질 때가 있다. 쏟아지는 비판을 싸잡아서 1등에 대한 모함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사실상 이때 이미 1등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

MBC '무한도전'은 예능계의 전설이다. 2005년 '무모한 도전'이었을 당시엔 전철과 100m 달리기를 했고, 간판을 '무한도전'으로 바꿔 단 뒤엔 새참을 이고 비 오는 논두렁을 달렸다. 누가 더 우스꽝스럽게 고꾸라지는지를 평가한 이 '논두렁 달리기' 편은 '무한도전'이 토요일 오후 시간대를 평정해버린 이유 그 자체였다. '강변북로 가요제' 같은 B급 감성을 한 편의 특급 마당극으로 만든 것도 특유의 '사랑스러운 우둔함'의 토대에서 가능했다. 파일럿이니 시즌제니 하며 숱한 프로가 간만 보다가 명멸하는 판국에, 고정 멤버로 한 프로그램이 9년째 장수하고 있다는 건 거의 기적이다.

카레이싱에 도전한‘무한도전’멤버 정준하, 하하, 유재석, 박명수, 정형돈, 노홍철(왼쪽부터).

동시에 위기다. 위기설이 불거진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불은 대개 금방 꺼졌다. 유재석의 존재감이 워낙 컸거니와 '거성'(박명수)이 잠잠할 땐 '정중앙'(정준하)이 나섰고, '꼬맹이'(하하)가 부진하면 '누렁니'(정형돈)가 활약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급기야 폐지설까지 돌아 김태호 PD가 "내년 4월 10주년 특집까지 큰 계획을 이미 만들어 놨다. 종영은 계획에 없다"고 해명하기에 이르렀다. 폐지설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도 이젠 반신반의다. 예전엔 "폐지라니 말도 안 돼"란 분위기였다면 이젠 경계 태세가 "흠, 그럴 수도 있겠군"으로까지 격하된 것이다.

재앙에 가까웠던 멤버(길)가 음주운전 물의를 빚고 하차하는 등 길조(吉兆)도 있었으나, 최근 방송만 보면 '무한도전'은 '설(說)' 수준이 아니라, 풍전등화의 위기다. 간혹 있는 편집 실수나 외화(外畵)를 능가하는 자막의 홍수는 그렇다 치자. 최근 '월드컵 특집'과 '카레이싱 특집'은 '무한도전'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배우 손예진과 아이돌 가수들을 섭외해 대대적인 응원단을 꾸려 율동과 노래까지 만들어 분위기 편승에 나섰다. 식상했을뿐더러, 쉽게 쉽게 가려는 낌새가 역력했다. 게다가 한국 대표팀이 알제리에 져 16강 자력 진출이 좌절되자 곧장 짐을 싸 귀국했다. '기회주의'라는 혹평이 쏟아졌다.

다음 방송된 ‘카레이싱 특집’은 더 심했다. 위험천만하게도 유재석이 탄 차량은 반파됐고, 멤버 중 완주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으며 이 때문에 레이싱 경기(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 질만 떨어졌다는 비난이 빗발쳤지만, 김태호 PD는 본인의 트위터에 “결과로는 알 수 없는 엄청난 드라마를 썼다. 너무 잘했다. 진짜 무한도전이었다”고 썼다. ‘무한도전’은 최근 “재미 대신 불편함을 준다면 곤장을 맞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계속 이런 식이라면, 곤장으론 모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