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 '졸음 쉼터' 안내 표지판이 얼마나 반갑던지요. 사막에서 오아시스 만난 기분이 이럴까요."

지난 6일 오전 9시쯤 대전 신탄진 졸음 쉼터에 들어온 운전자 김태원(66)씨가 말했다. 김씨는 이날 새벽 서울을 출발해 부산으로 향했다. 그런데 갑자기 졸음이 몰려와 당황했는데 쉴 곳을 찾아 정말 다행이라고 했다. 졸음 쉼터는 정식 휴게소는 아니지만 운전자들이 잠시 정차해 쉴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이다. 승용차 7~15대 정도를 세워둘 수 있는 소규모 주차장에, 벤치나 간이 화장실, 운동시설과 산책로까지 마련해 둔 곳도 있다. 이 졸음 쉼터가 교통사고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로공사는 "2012년과 지난해 졸음 쉼터를 설치한 구간의 교통사고 현황을 분석한 결과,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1년 새 3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경기 안성시 중부고속도로 하남 방향에 있는 일죽 졸음 쉼터의 모습. 간단한 운동 기구와 벤치, 햇볕을 가려주는 구조물이 있다. 도로공사는 졸음 쉼터를 설치한 110개 구간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1년 새 36%가 줄었다고 밝혔다.

◇고속도로 사망사고 10건 중 3건은 졸음운전 탓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밀려오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꾸벅꾸벅 졸면서 차를 모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 작년 고속도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264명 가운데 74명(28%)이 졸음운전 탓에 나왔다. 이에 근본적인 처방으로 나온 것이 졸음 쉼터다. 도로공사는 교통사고 건수나 휴게소 간 거리, 교통량 등을 고려해 2011년부터 졸음 쉼터를 만들었다. 작년까지 총 133곳에 설치했고, 올해 21곳, 2015년 이후 48곳 등을 더 만들어 총 202곳의 졸음 쉼터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졸음 쉼터가 생기니 교통사고는 확 줄었다. 도로공사가 작년 9월 졸음 쉼터가 설치된 110곳의 9개월간 교통사고 현황을 2012년 같은 기간과 비교·분석한 결과, 사망자 수가 107명에서 68명(36% 감소)으로 줄었다. 이에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도 주는 추세란 것이 도로공사 분석이다. 작년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264명)는 전년(343명)보다 23%(81명) 줄었고, 올해 1~4월에도 작년 같은 기간 대비 사망자 수가 83명에서 75명으로 10% 줄었다.

◇'달리는 시한폭탄' 과적 화물차와의 전쟁

여객선 세월호 사고로 사회 안전 불감증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도로공사는 '도로 위 세월호'라고까지 불리는 과적(過積) 화물차를 단속하는 데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작년 한 해에만 고속도로에서 3만6225건의 과속 차량을 적발했다. 하루 평균 100대를 단속하는 셈이다. 과적 화물 차량을 단속하는 것은 그만큼 위험하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화물차 교통사고로 매년 1200여 명이 사망하고, 4만5000여 명이 부상당한다. 대형 화물차로 생긴 교통사고 사망률은 승용차 사망률보다 4배 높다는 것이 도로공사 설명이다. 마구 물건을 실어 도로에 짐이 떨어져도 위험하기 때문에 적재 불량 차량 단속에도 나선다. 도로공사는 이달부터 '낙하물 신고 포상제'까지 운영하고 있다. 화물차에서 적재물이 떨어지는 장면이 촬영된 블랙박스 영상을 제보하는 사람에게 포상금 5만원을 주는 제도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고속도로에선 작은 물건이라도 떨어지면 뒤따라 오는 차량이 이를 피하려다가 큰 사고가 날 수 있다"며 "떨어진 물건을 빨리 치우고, 사고 위험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포상금제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야간 빗길에도 잘 보이는 유리알 도료도…

비가 쏟아지는 밤에 운전자들은 차선이 잘 보이지 않아 당황하곤 하는데, 앞으로 고속도로에서는 이 같은 일도 크게 줄 전망이다. 도로공사가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 올해 경부고속도로 서울~대전 145㎞ 구간에 야간 빗길에도 잘 보이는 유리알 도료를 이용해 차선에 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통안전을 위해 안전벨트 착용 단속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화물차 운전자들이 안전벨트를 꼭 매도록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CC(폐쇄회로)TV로 단속하는 것이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도로공사는 전했다. 실제로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자는 2012년 137명에서 작년 86명으로 37% 줄었다. 고속도로 2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사고 난 차량을 가까운 휴게소 등에 무료로 견인해 주는 '긴급견인제도' 역시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는 데 한몫했다. 2012년 교통사고 사망자 통계에 따르면, 2차 사고 치사율(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은 66.7%로 일반 사고의 6배에 이를 정도로 위험하다. 도로공사 콜센터(1588―2504)로 연락하면 견인 비용 없이 옮겨준다. 김학송 도로공사 사장은 "무엇보다도 국민이 안전하게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안전 대책을 마련하는 데 힘쓰고 있다"며 "사망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는 그날까지 안전한 고속도로 환경을 만드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