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걸 재미있게 하는 게 아이디어요, 땀이다. 결국 ‘쇼’가 필요한 셈인데 사실 선거 방송처럼 단조로운 것도 없다. 표심 예상, 후보 분석, 개표 현황 정도인데, 이걸 오전부터 자정 너머까지 한다. 경마 저널리즘이니 뭐니 해도 판돈건 게 아니라면 손에 땀을 쥘 일도 별로 없다. 이번 6·4 지방선거를 맞는 방송사의 전략 역시 같은 콘텐츠라도 어떻게 새롭게 포장할 것인가에 달려 있었다.

지난 4일 방송에서 칼을 빼든 건 MBC였다. 이른바 '매직쇼'를 표방, 마술사 이은결을 등장시켜 가상 스튜디오에서 마술과 투표 상황을 선보이거나 선거 방송 최초로 '웨어러블 제스처(wearable gesture)' 기술을 써 시각적 재미를 살렸다. 손목에 찬 밴드가 근육의 변화를 감지해 화면을 조정하는 최첨단 기술이다. MBC는 '투표하새'라는 조류(鳥類) 캐릭터까지 만들었고, 지방선거인 만큼 지역색을 살리기 위해 헬리캠으로 각 지역 랜드마크를 촬영해 그 위에 투표 정보를 얹는 증강 현실 기법을 썼다. 예능 담당인 박정규 PD가 총연출을 맡아 광역단체장 후보들의 '점심 먹방'을 선보이는 등 아기자기한 맛을 살렸다. 개그맨을 대거 투입했다 망신살 뻗친 지난 대선 때와는 딴판이었다.

SBS는 지난 대선에서 재미를 봤던 예능 콘셉트를 그대로 가져갔다. 후보를 가분수 캐릭터로 만들어 육상 경기를 하게 하는 애니메이션은 귀엽되 눈에 익었다. 빅뱅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삼거나 'K팝스타 3' 참가자들이 선거송 '투표해요'를 부르는 등 전반적으로 발랄했지만 동시에 산만하고 가벼워보였다.

두 방송사는 시청자 유인을 위한 쌍방향 소통에 특히 신경 썼다. MBC는 투표 인증샷이나 방송 캡처 사진을 보내는 시청자에게 상품을 줬고, SBS는 개그맨 서경석이 유권자를 차에 태워 서울 민심을 들어보는 '민심톡톡' 코너나 'SNS 선거상황실' 같은 시도로 젊은 세대의 얘기를 담으려 했다.

문제는 KBS였다. 파업 여파로 선거방송기획단이 9명에 불과했고, 그들조차 지나치게 안일했다. 진행자는 인터넷 강의하듯 모니터에 비친 그래픽을 가리키며 설명할 뿐이고, 지역별 득표 상황은 선관위 홈페이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대학교수나 여야 대변인을 데려다 놓고 대화를 나누긴 했지만 시간을 때운다는 인상이 역력했다.

게다가 선거 하루 전엔 KBS 지방선거 특집 홈페이지에 모의 출구조사 결과와 당선자 사진이 올라가는 최악의 사고까지 냈다. 선거방송 전국 평균 시청률은 KBS가 6.6%, MBC 5.1%, SBS 4.2%(TNms 기준)였지만, KBS ‘뉴스 9’의 시청률은 평소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이 와중에도 아나운서들은 상의에 ‘방송 독립’ 배지를 달고 나와 파업을 홍보했다. 이들은 화면이 제때 바뀌지 않아 민망해하거나 자주 말을 더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