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화면 캡쳐

말기암 투병 속에서도 '암은 별로지만(sucks), 삶은 멋진 것(great)'이란 모토로 암환자 기금 운동을 펼친 영국 청년 스티븐 서튼(20)이 14일 숨을 거뒀다.

그가 남기고 간 모금 총액은 320만파운드(약 55억원). 전 세계 13만5000명이 지난 1년간 서튼의 모금 운동에 뜻을 모은 결과다.

서튼은 16세이던 2010년 내장암 진단을 받았다. 의사가 꿈이던 그는 약물 치료를 받는 가운데서도 공부에 전념해 국가 검정시험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다. 케임브리지대학 의과대에 지원해 면접까지 봤다. 그러나 대학 진학은 포기했다. 자신의 암이 말기여서 이미 치료할 수 없는 단계라는 진단이 나온 것이다.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방사능·약물 치료로 머리카락이 빠지고 몸은 말라갔지만, 그는 작년 1월 페이스북에 자신의 홈페이지를 개설해 투병 이야기를 싣기 시작했다. 이어 10대 암환자를 위해 1만파운드를 모금하자는 운동에 나섰다. 이제 의사가 될 수는 없지만 기부라는 다른 방법으로 아픈 이들을 돕자는 그의 '버킷 리스트(죽기 전 하고 싶은 일)'였다.

그의 모금 운동은 처음엔 별 주목을 끌지 못했다. 병세가 악화돼 컴퓨터를 쓰기도 힘겨웠다. 그러나 작년 8월 건강이 다소 호전됐다. 그는 당시 "기침하다가 암 덩어리를 토해냈다"고 농담도 했다. 가디언 등 현지 언론은 그를 '삶에 힘을 주는 청년'이라고 소개했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코미디언 제이슨 맨퍼드 등 유명 인사의 문병이 잇따르면서 모금액이 빠르게 늘었다. 담당 의사는 당시 서튼의 상태가 갑자기 좋아진 이유를 아직도 알 수 없어한다고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서튼은 지난달 22일 올린 사진을 끝으로 그의 온라인 친구들에게 모습을 감췄다. 사진 속에서 그는 병원 침상에 누워 오른손 엄지를 치켜세우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는 글을 통해 "마지막이 이렇게 갑자기 와 속상하네요. 제대로 감사 그리고 작별 인사를 하지 못한 사람이 많습니다. 제 삶은 좋았어요. 함께 여행해준 모든 이에게 감사합니다. 모두 사랑합니다. 키스"라고 했다. 이틀 뒤 다시 웹사이트에 글이 올라왔다. 진짜 마지막 작별 인사였다. "아직 나 여기 있어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너무 힘든 싸움이지만 지금 나는 행복해요. 그게 중요한 거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