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라인 스토리|조슈아 데이비드, 로버트 해먼드 지음|정지호 옮김|푸른숲|376쪽|2만5000원
하이라인(High Line)은 20세기 '뉴욕의 생명선'이었다. 1934년 세워진 이 고가(高架) 선로는 맨해튼 서부의 냉동 창고와 유통 센터로 육류·우유·농산물을 실어 날랐다. 하지만 트럭이 화물 수송을 점령하면서 하이라인은 고철덩이로 변해갔다. 1980년 운행이 멈추자 길이 2.4㎞의 천덕꾸러기로 남은 것이다.
철거될 운명에 놓였던 이 철길은 2009년 '하늘 공원'으로 거듭났다. 지상 9m 높이에 있는 '하이라인 공원'으로 해마다 200만명이 찾아온다. 이 책은 1999년 8월 주민 공청회에서 처음 만난 두 남자가 어떻게 철거를 막고 새로운 랜드마크를 만들었는지 들려준다.
◇어둡고 불쾌한 산업 폐기물
하이라인은 맨해튼 10번가를 따라 22개 블록에 걸쳐 있었다. 어둡고 불쾌했으며 매춘부가 서성거렸다. 지주들과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1980년대 중반부터 고가를 철거해달라고 뉴욕시에 요청했다. 공청회에서 만난 로버트 해먼드와 조슈아 데이비드는 이 폐허를 사랑했다. 하지만 하이라인 보존에 관심을 나타낸 주민은 둘뿐이었다. 승산은 희박했다.
철제 선로와 자갈길 사이로 들풀, 야생화, 관목이 하이라인을 점령하고 있었다. "맨해튼 중심부의 또 다른 세상이었다"고 로버트는 회고한다. 선로 주변에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에 나올 법한 창고와 굴뚝, 공장이 늘어서 있었다. '하이라인 친구들(Friends of the High Line)'이라는 비영리단체를 만든 조슈아와 로버트에겐 사무실도 없었다. 그들은 하이라인의 현재를 사진에 담아 알리는 것부터 시작했다.
◇철거에서 보존으로
조슈아는 여행작가였고 로버트는 판매 쪽에 경력이 있었다. 괜찮은 조합이었다. 조슈아는 철거를 막아야 하는 이유를 글로 썼고, 로버트는 전화를 돌려 도움을 부탁했다. 철도법 전문 변호사를 수소문했고 기금 모금 행사를 열었다. 초대장을 발송하고 몇 주 뒤, 우체통에서는 수표로 채워진 봉투가 쏟아져 나왔다. 6만달러가 모였다.
9·11 테러는 '하이라인 친구들'에게 재앙만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철거라는 파괴적 사건을 다시 겪을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언제 불도저가 나타날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 소송이 진행됐고, 판사는 2002년 "뉴욕시가 토지 이용 검토 절차를 밟지 않고 철거 서류에 서명한 것은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설계 공모전을 열었고 720점이 접수됐다. 공모전은 사람들에게 하이라인을 두고 이모저모 궁리하는 생각의 날개를 달아주었다. 비둘기 똥을 피해야 하는 곳이라는 인식도 점차 지워졌다. 하이라인 보존에 비용이 들지만 세수 증가가 훨씬 더 클 것이라는 타당성 조사 결과를 제시하자 뉴욕시도 동업자로 들어왔다.
◇시민운동의 방법론
하이라인 공원은 지역 사회의 활발한 대화를 거쳐 탄생했다. 설계는 뭔가 덧붙이는 대신 옷을 벗기고 구조물을 그대로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원래 있던 철도 선로는 대부분 새로 조성한 조경부지에 다시 깔렸다.
2009년 6월 1구간이 개방됐다. 사람들이 들어오자 하이라인은 더 아름다워졌다. 방문객은 뉴욕 시민이 절반, 관광객이 절반이다. 그들은 소풍을 즐기거나 손을 잡은 채 걷거나 책을 읽거나 예술품을 감상한다. 하이라인에서는 해마다 300일 이상 시민행사가 열린다.
밑도 끝도 없는 상상과 불확실한 미래 사이에서 투쟁한 기록으로 읽힌다. 이해 당사자들의 갈등을 조정하고 지주들과 보존론자 양측에게 지지를 얻은 사례는 건설적 시민운동의 중요한 지점을 보여준다. 책의 절반은 화보다. 눈이 시원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