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태하 인제대 석좌교수가 전직 총리 20명에게서 받은 ‘초등학교 한자 교육 촉구’ 서명부를 들어 보이고 있다.

현재 일본 초등학교에서는 1981년 제정한 상용(常用)한자 중 1006자(字)를 학년별 수준에 맞춰 배우도록 하고 있다. 우리와 다른 점은 일본은 '한문'이 아닌 '국어' 교과서를 통해 한자를 교육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세진 춘천교대 강사의 논문 '한·일 초등학교의 한자교육 비교연구'에 따르면, 일본은 검정 국어 교과서 5종으로 1학년 272시간(한자 80자), 2학년 280시간(160자), 3학년 235시간(200자), 4학년 235시간(200자), 5학년 180시간(185자), 6학년 175시간(181자)씩 학습하도록 하고 있다.

학년마다 '학습한 한자는 문장 속에서 쓸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를 정해 놓고, 학습 부담이 과중되지 않게 단계별로 구분했다는 점에서 매우 체계적인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만약 초등학교에서 1006자를 익히지 못하고 중학교에 진학하면 새로운 상용한자를 학습해야 하는 부담이 생기기 때문에 초등학교부터 기본 한자를 철저히 익혀야 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초등학교 한자 교육은 정교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학교 한문 시간에 배우도록 한 900자 범위 내에서 '600자가량' 가르치도록 규정해 놓았지만, 그 600자 범위도 책마다 다른 데다 학년별로 배워야 할 한자가 구분돼 있지도 않다. 한자 수업이 정규 과정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학교 재량 수업인 '창의적 체험 활동' 시간을 통해 이뤄지고 있고, 교육청의 정식 인정을 받은 교과서는 10% 남짓이라는 조사도 있다. 심지어 교재마다 실린 한자어 수준이 다르고, 초등학교 언어생활에서는 다루기 힘든 한문 영역을 포함하는 교과서도 있다.

진태하 인제대 석좌교수는 "지난 정부 들어 초등학교에서도 일부 한자 교육을 할 수 있게 한 것은 큰 성과지만, 아직도 체계적 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초등학교부터 우리말 어휘에 나오는 기초 한자 1000자 정도를 철저히 교육해 국어교육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