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실각설(失脚說)은 그의 측근 두 명이 공개 처형됐다는 정보에 따라 제기됐다. 장성택의 오른팔, 왼팔이었던 리용하 노동당 행정부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은 '주의와 경고가 필요한 제한된 인원' 앞에서 처형됐다고 국정원은 파악하고 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 연구위원은 김정일 시절의 공개 처형을 이렇게 소개했었다. "범죄자를 겨냥해 AK소총 40~50발을 쏜다. 사살(射殺)이 목적이라면 처음 두세 발이면 족하다. 그 이후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경고다. 시신(屍身)을 표적 삼아 사격이 진행된다. 한 발 한 발 쏠 때마다 피가 튀고 살점이 떨어져 나간다. 처형이 끝날 때쯤엔 인체의 골격은 자취도 찾을 수 없다. 쪼그라들고 핏물에 젖은 살점 덩어리만 남는다. 그 광경이 얼마나 처참한지 사람들은 구토를 참지 못하고 울부짖는다." 김정은 시대의 처형 방식은 좀 더 '업그레이드'됐다고 전해진다. AK소총에서 중대 기관총으로 화력을 키웠고 발사 총알 수도 두 배가량으로 늘렸다고 한다.
"측근들이 처형됐더라도 설마 장성택 본인이야…"라는 게 전문가들의 반응이었다. 장성택은 김정은의 고모부다. 중요한 건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의 남편이라는 사실이다. 김경희는 북한 김씨 왕조를 상징하는 백두(白頭) 혈통이다. 재일 동포 출신 고영희를 어머니로 둔 김정은은 혈통의 순수성만 따지자면 김경희에게 밀린다. 그래서 김정은은 김경희·장성택 부부를 함부로 손댈 수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판단했던 것이다.
김정은 체제는 김경희·장성택 부부와의 공동 정권에 가깝다는 분석도 있었다. 장성택은 김정은에게 보고되는 비밀 문건을 모두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소식통들은 "북한 간부들은 장성택이 김정은 배후에서 정책 결정 과정을 실질적으로 조종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장성택은 작년 8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국가원수들이 묵는 댜오위타이(釣魚臺)에 머물며 국빈급 대접을 받았다. 외부에 알려진 장성택의 위상은 김정은 체제의 2인자 정도가 아니었다. 권력을 함께 운영하는 파트너였다.
그런 장성택이 8일 평양에서 열린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공개 숙청됐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그 회의 광경을 상세히 보도하면서 현장 사진까지 내보냈다. 얼마 전까지의 장성택이었다면 그 회의장 주석단(主席團) 좌석에 김정은과 나란히 앉았을 것이다. 그래서 참석자 수백 명을 내려다봤을 것이다. 사진 속 장성택은 단하(壇下) 둘째 줄에 풀 죽은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 장성택은 최고위급 권력자가 아니라 피의자 신분으로 회의에 참석한 것이다.
인민보안부원(경찰) 두 명이 장성택에게 다가와 양쪽 팔을 끌고 나가는 장면이 사진 두 컷에 잡혔다. 단상에 있던 김정은은 이 광경을 지켜보며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장성택이라는 피사체(被寫體)를 단상 쪽에서 내려다본 듯한 사진 구도에서 김정은의 시선이 느껴진다. 조카가 고모부를 '절대 권력' 정상(頂上)에서 낭떠러지로 밀어 떨구는 냉혹한 장면이다. 현장에 있던 권력 엘리트 수백 명은 머리털이 쭈뼛 서고 등골이 서늘해지면서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장성택도 저렇게 된다면 나는 무사할 수 있을까….'
이날 회의에선 토론이 진행됐다. 조선중앙통신은 "토론자들은 한결같이 장성택 일당이 감행한 반당(反黨)·반혁명적 종파 행위를 강하게 비판하였으며,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사상과 영도를 충직하게 받들며 당 중앙을 정치사상적으로, 목숨으로 결사 옹위해 나갈 굳은 결의를 표명하였다"고 보도했다. 참석자들이 '피의자 장성택'을 향해 험악한 언사를 쏟아내며 공개 비판했다는 얘기다. 그들에게 장성택은 오랜 세월 함부로 눈도 맞출 수 없는 경외(敬畏)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을 면전(面前)에서 공격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심리적 장애를 뛰어넘게 만든 것은 회의장을 짓누른 공포 분위기였을 것이다.
김정은이 장성택과 측근 숙청을 통해 노리는 것은 공포의 심화·확산이다. 김정은 자신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아무 때나' 제거될 수 있다는 교훈을 주려는 것이다. 김정은이 자신의 고모부이자 2인자를 끌어내리는 과정에서 보여준 잔혹함과 과단성은 아버지 김정일보다도 한 수 위였다. 그것은 김정은이 자신의 체제를 지켜 나가는 데 대해 느끼고 있는 불안감의 표현일 수도 있다. 김정은 체제 아래서 자신의 삶을 지켜 나가야 하는 북쪽 사람들이 안쓰럽다. 한반도 운명에 대한 책임을 김정은과 나눠 져야 하는 우리 처지도 딱하다. 이래저래 가슴이 무겁고 답답해져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