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화면 캡처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처럼 어렸을 때 짭짤한 음식에 길든 입맛은 평생 이어지기 쉽다. 그런데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이 먹는 점심 급식 한 끼에 세계보건기구(WHO)의 나트륨 하루 권장량(2000㎎)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짠 음식을 내놓는 학교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홍근(민주당) 의원은 "서울 지역 25개 자치구에서 구(區)별로 한 학교씩을 선정해 지난 9월 11일 제공된 점심 급식 샘플을 걷어 조사한 결과 25개 학교의 나트륨 평균 검출량은 853.68㎎에 이르렀다"고 21일 밝혔다.

한 끼 급식당 나트륨이 많이 든 초등학교 지도 그래프

특히 조사 대상 25개 학교 가운데 7개 학교에서 WHO 나트륨 하루 권장량의 절반(1000㎎) 이상을 한 끼 급식에 사용했고, 최고 1557㎎(WHO 권장량의 78%)까지 나트륨을 쓴 학교도 있었다. 이번 조사는 박 의원실이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해 실시했으며 구별로 급식 학생 규모가 1000명에 가장 근접한 학교를 골라 실시했다.

◇금천구 G초 '가장 짭짤한 급식'

조사 대상 초등학교 중 나트륨을 한 끼에 가장 많이 사용한 학교로 꼽힌 곳은 서울 금천구 G초였다. 이 학교는 국에서만 나트륨이 707㎎, 밥과 반찬에서는 850㎎의 나트륨이 검출돼 총 1557㎎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에 학생들이 점심 급식과 동일한 정도의 짭짤한 식사를 하루 세 끼(4671㎎) 먹는다면 WHO 권장량(2000㎎)보다 2.3배 많은 나트륨을 섭취하는 것이다.

이 외에 서울 성동구 D초(1461㎎), 강서구 D초(1254㎎), 양천구 K초(1151㎎), 마포구 M초(1087㎎), 영등포구 Y초(1053㎎), 관악구 I초(1005㎎) 등에서 점심 한 끼 급식에 1000㎎ 이상의 나트륨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서울 동작구 행림초(426㎎)와 동대문구 이문초(446㎎), 성북구 석관초(453㎎) 등은 한 끼 식사에 500㎎도 되지 않는 '저염 급식'을 시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 학생들부터 식습관 바로잡아야"

보건복지부 등이 만든 한국인 영양섭취기준에 따르면 학생들의 권장 나트륨 섭취량은 6~8세가 1200㎎, 9~11세 1300㎎ 정도다. 초등학생이라면 하루에 1200~1300㎎ 정도의 나트륨만 섭취해도 충분하다는 얘기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우리나라 일반 급식소에서 저염식을 공급하는 곳도 나트륨 함유량이 한 끼에 1300~1500㎎ 정도라, 이번 초등학교 급식 조사에서 나온 나트륨 함량이 매우 높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그래도 학생들이 어렸을 때부터 삼삼한 입맛에 익숙해지도록 하려면 더욱 저염 식단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초등학교 때부터 저염식을 하는 게 좋다고 강조한다. 서울대 의대 신장내과 김성권 교수는 "어린 학생들이 짠 음식을 자주 먹게 되면 칼슘이 빠져나가 키가 덜 자랄 수 있고, 짠 식습관에 길들어 훗날 비만·고혈압 등 각종 성인병에 시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학생들이 학교 급식에 대해 '짜서 못 먹겠다'고 불평을 가질 수 있도록 하려면, 각 가정에서도 싱겁게 조리한 음식을 아이들에게 먹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홍근 의원은 "교육 당국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학교 급식에 나트륨이 얼마나 들었는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나트륨을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