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래자일 파이브(fragile five·5대 취약 통화)'.

세계적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브라질, 인도네시아, 인도,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5개 통화를 묶어 이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이들은 미국이 출구 전략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하자, 직격탄을 맞은 나라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 후 미국이 쏟아낸 3조 규모의 달러는 신흥시장의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 주식, 채권,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미국이 돈줄을 죄려 하자, 투자자들이 신흥국에 투자한 투자금을 대거 회수하기 시작, 신흥국들에서 주가 폭락, 통화가치 급락 등 금융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2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올 들어 통화 가치 하락폭은 인도 20.9%, 남아프리카공화국 20.1%, 인도네시아 17.4%, 브라질 16.4%, 터키 13.0% 등 10~20%대를 기록하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가 있어도 외국인 자금이 들어와 주면 달러 자금이 부족할 일이 없었지만, 미국이 돈 풀기 규모를 축소한다면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 달러 자금이 부족해질 우려가 생기는 것이다. 이에 투자자들이 미리 신흥국에서 자금을 빼내면서 통화 가치는 약세를 보이는 것이다. 5대 취약 통화국으로 지적된 나라들은 예외 없이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크다. 작년 터키의 경상수지 적자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7.51%에 달했다. 그 뒤를 남아프리카공화국(5.46%), 인도(3.82%), 브라질(2.57%), 인도네시아(2.1%) 등이 잇고 있다.

외국인 자금 유출은 전형적인 신흥국 위기 시나리오의 초입에 해당한다. 경상수지 적자국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지면서 환율이 급등하고(통화 가치는 하락하고) 이에 따라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면 경상수지 적자는 더욱 악화된다. 게다가 환율 급등으로 현지 통화로 갚아야 할 외채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면서 위기 상황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다.

신흥국들은 선진국들이 금융 위기 수습 과정에서 쏟아낸 3조달러에 달하는 유동성 덕을 톡톡히 봐 왔는데, 선진국이 출구 전략을 취하자 뒤늦게 위기의 불똥이 신흥국으로 옮아 붙고 있는 셈이다.

신흥국뿐만 아니라 호주, 러시아 등 자원 부국들도 최근 전 세계가 저성장 국면에 들어서면서 어려움에 봉착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만 해도 4~5% 성장률을 기록했던 세계 경제 성장률은 작년 3.2%를 기록했고 올해는 3.3%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호주의 경우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로, 러시아는 최대 수출 지역인 유로존(유로 사용 17개국)의 경기 침체로 원자재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 또 원자재에 대한 수요 감소는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수출 물량 감소, 수출 가격 하락'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호주는 작년 2분기 이후 1년째 0%대 성장을 하고 있고, 러시아는 지난 1분기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