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기온이 섭씨 31.9도까지 치솟았던 지난 30일 서울 종로의 한 삼계탕집. 손님 10명 중 9명은 닭고기를 발라 소금에 찍어 입에 넣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김종욱 연구관과 본지 기자는 이 음식점에서 내온 삼계탕에 염도계를 꽂아봤다. 1인분 뚝배기 그릇 무게를 빼고 삼계탕 건더기와 국물의 무게는 약 1000g. 염도를 재보니 0.3% 정도였다. 삼계탕 1인분에 1311㎎ 정도 나트륨이 들었다는 계산이 나왔다. 여름 보양식 가운데에선 그나마 '짜지 않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김 연구관은 "보세요. 손님 대부분 고기를 소금에 별도로 찍어 먹고, 앞에 놓인 깍두기까지 한 접시 다 비우잖아요"라고 말했다. 이날 손님들은 삼계탕 1인분에 든 1311㎎에, 깍두기 한 접시(323.4㎎) 그리고 별도의 소금까지 2000㎎ 이상의 나트륨을 먹었다는 추정이 나왔다.

여름철 보양 음식으로 자주 찾는 삼계탕. 삼계탕 한 그릇에는 나트륨이 1300㎎ 정도 들어 있지만, 고기를 소금에 찍어 먹고 깍두기까지 곁들여 먹을 경우 나트륨 과잉 섭취가 될 수 있다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설명했다.

김 연구관은 "흔히 여름철엔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짭짤한 음식을 먹어야 보양(補養)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착각"이라고 말했다. 한국인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4791㎎)은 세계보건기구(WHO) 권장량(2000㎎ 이하)의 두 배 이상이어서 아무리 땀을 흘려도 일부러 짠 음식으로 나트륨을 보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땀으로 배출되는 나트륨은 전체의 1~2% 정도에 불과하다. 과잉 섭취한 나트륨은 하루 이틀에 걸쳐 소변(90% 이상)과 대변(5%)으로 천천히 나간다. 매일 나트륨을 과잉 섭취할 경우, 몸 밖으로 배출되는 나트륨보다 몸에 남아 있는 나트륨이 더 많아 고혈압을 일으키고 심장병, 뇌졸중 등의 원인이 되는 동맥경화가 가속되는 것이다. 여름이라고 해도 마라톤 하는 수준으로 땀을 많이 흘리는 게 아니라면, 특별히 소금을 보충할 필요가 없다.

식약처 강백원 영양안전정책과장은 "무더운 여름철엔 짭짤하고 시원한 국물을 먹는 음식이 많아 나트륨 섭취가 더 많아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식약처가 낸 외식(外食) 영양 성분 자료집에 따르면, 물냉면 한 그릇에는 나트륨이 2618㎎, 열무냉면에는 3152㎎ 들어 있다. 짭짤한 열무를 송송 썰어 얹어 먹는 열무냉면 한 끼에는 WHO 하루 권장량의 1.5배나 되는 나트륨이 들었다는 얘기다. 여름에 즐겨 먹는 메밀국수(1753.8㎎), 콩국수(944.6㎎) 등에도 나트륨이 만만치 않게 들어 있다.

여름철 대표 음식들의 나트륨 함량.

더운 여름철에 자주 찾게 되는 음식을 삼삼하고 건강하게 섭취하는 방법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수도조리제과전문학교 이종임 학장은 "콩국수는 땅콩이나 잣을 많이 갈아 넣어주면 고소한 맛이 나기 때문에 소금 없이도 맛있게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냉면엔 오이나 토마토 등 채소 고명을 듬뿍 얹으면 나트륨 배출을 돕는 칼륨 성분이 많아져 건강한 여름 식사를 할 수 있다고 이 학장은 조언했다.

삼계탕을 먹을 때도 살을 발라 따로 소금에 찍어 먹지 말고, 삼계탕을 끓일 때 아예 황기·마늘을 듬뿍 넣으면 국물이 진해지기 때문에 소금 간을 따로 하지 않아도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비빔냉면에 국물을 조금만 자작하게 붓고 면만 건져 먹는 것도 나트륨 섭취를 줄이면서 냉면을 맛있게 먹는 방법의 하나다.

1일 나트륨 섭취량 체크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