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조순형 전 의원)가 이달 13일 2013년 5월 정례 회의를 열고 최근의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토론했다. 회의에는 조 위원장을 비롯해 김창완(가수), 안창원(서울YMCA 회장), 윤장혁(화일전자 대표), 윤석민(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이석우(카카오 공동대표), 김태수(동양 변호사), 김소미(용화여고 교사), 박지연(태평양 변호사) 위원 등이 참석했다.
국민적 반향 큰 ‘아파트 관리 비리’ 보도
- 올해 5월 6일부터 연재되고 있는 ‘댁의 아파트 관리비 새고 있진 않나요’는 우리의 실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아파트 문제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가슴에 와닿게 써 반향이 크다. 연일 쏟아내는 아파트 비리 기사 양이 놀라울 정도다. 첫 기사가 나간 이튿날 ‘서울시, 아파트관리 비리 첫 감사… 회계·변호사 등 100여명 조사단 20일부터 착수’(5월 7일 A1면) 기사를 보면서 반응이 이렇게 빨리 나오나 싶을 정도로 파급력이 크다는 것을 실감했다. 특집 기사들은 전에도 계속 있었지만 최근들어 확실히 다뤄야겠다 싶은 기사는 확실히 다루는 경향이 두드러져 보인다. 국가적 수준의 캠페인으로 밀어붙이는 등 성과가 컸는데 요즘들어 더 확실해진 느낌이다.
- 아파트 비리가 이렇게까지 조직적이고 광범위한데 새삼 놀랐고 배신감마저 들었다. 일련의 기사를 통해 아파트를 둘러싼 부조리와 비리가 근절되고 건강한 주거문화를 선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다. 다만 전국의 모든 아파트에서 이런 비리가 발생하고 입주자 대표와 관리자들이 비리의 온상으로 비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 치매 특집 기사도 시의적절하고 돋보이는 기획이다. 특히 주제를 ‘치매, 이길수 있는 전쟁’이라고 설정해 사례 나열에 그치지 않고, 개인적·사회적 대응의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현재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과 또 막연히 공포를 느끼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 최근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이 발의되고 통과되고 있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그동안 대기업이 잘못했거나 불공정하게 추진한 관행을 시정하는 게 주요 목적이라는 것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그런데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에 대해 ‘경제성장을 해야할 시기에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법안’인 것처럼 표현한 게 군데군데 눈에 띤다.
‘경제민주화’ 합리적인 논쟁 위주로 다뤄야
- ‘경제성장에 저해가 된다’는 식으로 뭉뚱그려 비판하기 보다는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관행을 시정할 수 있는 적정한 규제 방식에 대해 합리적인 논쟁 위주로 보도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4월 18일 A3면 전체에서 다룬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기사는 나름 균형잡힌 보도다. 삼성·SK·LG 등 대기업의 일감 나누기 발표에 대해 대기업 그룹끼리 일감을 주고받는 '일감 스와핑'이 나타날 수 있다는 중소기업의 우려, 대기업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공정위의 입장 등도 함께 기사화해 균형감을 유지했다.
- 방글라데시에서 8층 건물이 무너진 사진이 지난 4월 25일 국제면에 실렸다. 사진설명에는 96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매몰되었다고 했지만, 며칠 뒤 411명이 숨지고 40여명이 건물 잔해에 매몰된 것으로 보도됐다. 그 며칠전 중국 쓰촨성 지진(4월 20일), 미국의 보스턴 폭탄테러 사건(4월 15일), 텍사스주 폭발 사건(4월 17일) 등은 1면에서 다루고 후속 기사를 계속 보도한 것과 비교됐다. 인재 사건은 자연재해나 테러사건 보다도 더욱 가슴 아프고 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건이다. 불과 얼마전까지 우리나라에서도 인재 사고가 연일 터졌기 때문이다. 국가 위상에 따라서 뉴스 가치를 차별하는 편견이 존재하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
-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문제를 다룬 ‘김창균 칼럼-대선 여론 조작 목적이면 330위 사이트 골랐겠나’(4월 24일 A1면)는 칼럼을 기사처럼 1면에 실었다는 점에서 참신한 시도이다. 하지만 반대로 부담을 줄 수도 있다. 칼럼은 사실을 보도하기 보다는 의견을 표명하는 지면이기 때문이다. 신문에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것은 중요하다. 다분히 논란의 소지가 있는 이런 사안에 대해 사실 보도 중심면인 1면에 칼럼을 싣는 것은 신중했어야 한다.
- 북한이 온갖 말로 도발의 수위를 한창 높이고 있던 지난 4월 12일 ‘北의 끝없는 협박… 국민이 화났다’는 기사가 A1면에 크게 실렸다. 기사를 읽어보니 보수단체가 집회를 가졌다는 것과 한 고교 동문모임이 1000만원의 성금을 조선일보에 기탁했다는 내용이다. 이 정도의 움직임에 ‘국민이 화났다’며 국민을 내세우는 것은 좀 과했다는 생각이다.
‘甲의 횡포’ 보도에도 냉정한 균형감 필요해
- 비행기의 라면상무, 호텔에서 주차 시비를 벌인 빵집 회장,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한 남양유업의 영업사원 등이 벌인 대책없는 ‘갑의 횡포’ 때문에 온 사회가 분노하고 있다. 이것을 계기로 전근대적인 갑을 문화를 개선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언론 보도에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여론이 아무리 뜨겁고 사회적 반감과 맞물려 공분이 크게 나타나더라도 언론만은 냉정하고 이성적이고 균형적인 시각에서 사건을 조명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라면상무의 기사는 양쪽 입장에서 조명하려고 노력했다는 느낌을 주는 반면 남양유업 영업사원은 기사가 일방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영업사원도 회사의 이익과 목표를 위해 뛸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최소한 그의 해명도 들어보고 진실을 정확하고 공정하게 전달해야 했다.
- '손석희, JTBC 보도 총괄 사장 된다' 기사가 5월 19일 피플면에 그리 크지 않게 실렸다. 기사를 보면서 이게 중요한 뉴스거리인데 왜 이 정도 크기로 실었을까 의아하게 생각했다. 왜냐하면 손석희씨는 그동안 본인이 진행하는 MBC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대놓고 종편을 비난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이 종편으로 옮기려면 최소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그런데 그냥 불쑥 옮겨갔다. 좀 더 심도있게 비판기사를 썼어야 했다.
- 진주의료원 폐업과 관련, 홍준표 도지사와 진주의료원 강성 노조간의 대결에 초점을 맞춰 사실 위주로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진주의료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거의가 사회저층이다. 진주의료원이 폐업될 경우 이들 서민들이 어디서 의료서비스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조명도 있어야 한다.
북한 상황 기사 “알려졌다, 전해졌다”로 일관
- ‘북한, 탈북 막으려고 두만강 일대 마을 파괴’(4월 27일 A1면)는 남북의 마지막 연결고리라 할 수 있는 개성공단의 폐쇄가 거론되는 시점에 나온 북한의 국경 상황에 관한 기사이기 때문에 나름 중요하다. 그런데 기사 내용이 온통 “알려졌다” “전해졌다” “~에 따르면” 등으로 일관하고 있다. ‘두만강 일대 마을 파괴’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1면에 게재한 기사인데도 익명의 취재원과 피동형 기사로 일관하고 있어 아쉬웠다.
- ‘“낙태하면 내 아들이랑 결혼시켜줄게”… 수술 도중 몰래 피임시술시킨 어머니’(5월 13일 사회면) 기사를 보면서 이게 과연 이렇게 크게 다룰만한 기사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보다는 같은 날 다른 사회면에 실린 ‘안 가도 되는데… 무조건 어린이집 무상보육 이후 이용률 급증, 정작 맞벌이는 보내기 어려워’ 기사를 더 크게 실어야 하는 것 아닌가.
- ‘재벌폰·귀족폰과 맞짱 뜬 '평민폰'의 운명은…’(5월 8일) 제목의 박정훈 칼럼을 감명깊게 읽었다. 편견인지 몰라도 평소 조선일보는 보수적이고 친재벌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부의 상속은 문제가 있다, 강한 중견기업을 키워야 한다는 등 평소 내 생각을 잘 대변해줘서 반가웠다. 우리 경제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약점이 한 두 군데 기업에서 한 두 군데 품목을 가지고 버티다가 경제환경이 바뀌면 침몰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가적 타격이 너무 크다. 앞으로도 강한 중견기업들을 길러낼 수 있는 깊이있는 진단을 지면에서 자주 봤으면 좋겠다.
- 싸이가 젠틀맨을 발표한 것에 대해 조선일보도 다른 언론과 마찬가지로 굉장히 많이 보도했다. 월드스타가 된 자부심 같은 것은 좋지만 이렇게 비중있게 많이 보도하는 것은 잘 이해가 안된다.
- 싸이의 공과를 따지기 전에 싸이와 포니1호 수출을 비교하는 언론도 있던데 지나치다. 싸이의 성공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을 것이다. 콘텐츠 시장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을 가르쳐 준 것도 있고 진정한 싸이의 성공이 어디에서 왔느냐를 짚어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싸이의 일문일답을 다 들어보면 자기는 행운아다 라는 것을 일관되게 얘기하고 있다. 나는 이번 싸이 성공의 주요 요인으로 유트뷰를 꼽고 싶다. 이제는 이런 것들에 대해서도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아 어머니!’(5월 8일 1면) 기사는 어버이날을 하루 앞두고 장애를 가진 딸을 등교시키던 어머니가 딸을 구한 뒤 신호 위반 차량에 치여 숨졌다는 내용이다. 어머니 자신은 병원비가 없어 치료를 중단했어도 끝까지 자식을 지켰던 그 마음이 아주 잘 전달되었다. 그런데 어버이날 특집으로 1면에 싣기에는 다소 비극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뜻한 기사가 나왔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QS 세계대학평가 내용 중 일부 팩트 헷갈려
- 자유학기제가 시범 운영을 거쳐 2016년 전면 실시된다는데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우리의 학교 현장에 정말 맞는지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런점에서 기자가 자유학기제 원조 국가인 아일랜드를 직접 찾아가 심층적으로 취재한 것을 4월 24일과 25일 이틀에 걸쳐 ‘자유학기제 원조에 가다’ 제목으로 보도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 5월 8일자 A1면과 A8면 전체에 걸쳐 영국의 대학 평가 기관인 QS의 세계대학평가가 실렸는데 이런 기사는 대학을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기사가 요령부득이고 팩트가 혼란스럽다. 예를들어 기사 제목이 ‘2013 세계대학평가’인데 기사 말미에 “2013 조선일보·QS 아시아 대학 평가 결과는 올 상반기에 발표될 예정이며, 오는 9월에는 ‘2013 QS 세계대학 평가’가 발표된다”라고 되어 있다. 이 기사가 2013년 QS 대학평가인데 무엇을 9월에 하겠다는건지 약간 애매하다.
- ‘펑크 난 사회 안전망 - 빚에 갇힌 서민들’ 시리즈가 4월 16일자 기사로 막을 내렸다. 그동안 관심있게 쭉 읽었는데 이런 부분을 집중적으로 조명한 것도 고맙고 전문가 대담을 통해 향후 정책방향을 제시한 것도 돋보였다. 다만 어떤 정책적인 변화 같은 것을 끌어낼 정도로 사회적 분위기를 돋우기 전에 서둘러 종결된 것 같아 아쉬웠다.
- “10대 성매매 온상 된 스마트폰 ‘랜덤 채팅’해보니… 특별한 가입절차 없이 10초 만에 접속, 1분 만에 40여명이 성매매 대화 신청”(4월 16일 사회면)을 읽으면서 결코 가볍게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쯤 10대 성매매 문제를 집중적으로 기사화 해 심각성을 알려주고 경각심을 높일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성매매가 쉽게 이뤄지고 있는 스마트폰의 역기능에 관한 심층취재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 학교 폭력이나 아이들에 대한 기사가 나오면 관심있게 읽고 있다. 예전에 10대 청소년이 학교에 난입해서 상해를 입힌 사건이 있었는데 그동안 잊고 있던 사실을 다시 환기시켜준 기사가 최근 실렸다. 기자가 초등학교와 중학교 15곳을 들어가봤더니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작정만 하면 계속 침입이 가능했다는 ‘학교안전강화 6개월, 교문은 여전히 열려 있었다’(4월 23일 사회면) 기사다. 이런 후속보도가 계속 이어져야 한다.
- “전교조 등쌀에… 혁신학교 교장들 ‘혁신 반납하고 싶다’”(4월 27일 A8면)는 참 용기있는 기사라고 생각한다. 기자가 대범하게 발로 뛰면서 혁신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점과 학교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교장·교감의 애로사항들을 자세하고 용기있게 썼다고 생각한다. 추측건데 전교조 교사들이나 혁신학교 또는 시교육위 관계자들로부터 압력성 전화를 받지 않았을까 싶다.
“아베 망언은 국제조약 위반” 색다른 접근 돋보여
- “19일 내한, 키스 자렛 트리오… 먼저 열린 日 공연 가보니”(5월 13일 문화면)에서 인상적인 것은 일본 관객들의 감상 태도다. 자렛이 발라드곡을 마치며 신생아를 요람에 뉘듯 건반에서 조심스레 손을 떼면, 관객이 10초 넘게 여음(餘音)을 듣다가 우레같이 박수를 쳤다는 내용인데 짧지만 공연장의 에티켓을 다시 한번 생각케 해준 기사였다.
- 통상임금 문제를 다룬 “노동계는 폭죽, 재계에는 폭탄… 통상임금, 錢의 전쟁”(5월 9일 B7면)은 중요한 문제를 시의적절하게 잘 다뤘다. ‘여보, 승진했어요? 수당이 왜 이렇게 늘었지’ 제목도 한 눈에 확 들어온다. 양쪽의 의견을 모두 소개해 통상임금이 왜 쟁점이 되고 있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다음날 “朴대통령 訪美 : 朴 ‘北 위협 걱정말라’… GM ‘통상임금 문제 해결땐 80억弗 투자’”(5월 10일 A2면) 제목을 보는 순간 조선일보가 하루전 마치 예측을 하고 기사를 쓴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 요즘 차량들이 교차로 앞으로 깊숙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정지선을 뒤로 하는 신호등을 교체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 실제로 종로2가에서도 미리 진입을 하면 출발할 때 신호를 볼 수 없어서 곤란해진다. 이런 곳이 꽤 많다. 언제 한번 이런 내용을 종합해서 안내하면 좋을 것 같다. 성모병원 앞에서도 정지선이 뒤로 후퇴해 좀 여유로워진 것 같다.
- 집에서 받아본 신문의 5월 11일자 A17면(북스면)에 실린 사진의 핀트가 맞지 않게 인쇄되었다. 이걸 보면서 어린이 섹션에 입체사진이나 3D 사진 같은 걸 실으면 애들이 재미있어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 침략을 부인하는 일본의 아베 총리 발언 때문에 한·일 관계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아베, 日침략 명시한 국제선언(카이로선언·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과 유엔결의까지 부정”(4월 25일 A3면) 기사에서, 아베의 망언이 한·중·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고 ‘전범재판을 수용하는 1951년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위반’이라고 접근한 것이다. 다른 매체들이 과거에 해오던 대로 ‘역사인식 잘못됐다’ ‘시대착오적 망언이다’ 식으로만 보도한 것과 달리 저명한 국제법 학자들을 인용해 침략 전쟁으로 규정한 국제적 사례를 들고, 아베 발언은 전후의 국제 질서와 유엔의 기본정신까지 다 부정하는 발언임을 지적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