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웃능교? 그래요. 가짭니더."
10인조 악단의 전주에 이어 검은 턱시도에 반짝이는 넥타이를 한 가수가 나와 마이크를 잡고 '물레방아 도는데' '고장난 벽시계' '고향역' 등 노래 세 곡을 메들리로 불렀다. 꺾었다 뒤집는 창법도, 눈썹을 씰룩이는 것도 '그분'과 비슷한 그는 모창 가수 나운하(57).
나운하의 첫 디너쇼가 지난 9일 서울 삼성동 라마다호텔에서 열렸다. '갈무리' '홍시' '사랑' '무시로' 등 나훈아 히트곡들로 꾸며진 이날 무대는 'B급'으로 치부되던 모창도 대중문화의 영역에 서서히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그는 노래 사이사이 조금은 자조적 입담으로 연신 좌중을 웃음바다로 몰아넣었다.
"삼십오 년 노래 해묵고 살아왔는데, 나훈아 짝퉁으로 살아왔심더. 저 자신이 진짜 나훈아로 착각합니더. 술 묵으면 우리 집 안 가고, 김지미 집으로 간다 아입니꺼." "(나훈아인 줄 알고) 사인받으러 온 사람들 얼굴이 천천히 어두워집니더. 그때 '나운하' 스티커를 딱 붙여주죠. 우짭니꺼. 좋든 싫든 받아가야죠. 하하."
본명이 박승창인 그는 고교 시절부터 나훈아 모창으로 인기를 얻다가 졸업 후 전업 모창 가수로 나섰다. 몇년 전 한 행사에서 나훈아가 먼저 알아보고 "나 머리 길렀으니, 너도 머리 길러야겠다"고 농을 걸 정도로 친숙해졌단다. 물론 2008년 1월 나훈아가 잠적한 후로는 만나지 못했다. "이 디너쇼는 일종의 시위입니다. 빨리 보란 듯이 돌아오시라는 거죠. 어떨 때 꿈에 나오기까지 한다니까요. 그분이 있어야 내가 있죠."
이날 500석 규모로 열린 디너쇼는 1인당 20만원짜리. 공연 제작사에 "유료 관객이 얼마나 되나" 물었더니 "아티스트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밝히지 않겠다"는 답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