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장중 한때 102엔 선을 넘었다. 지난 10일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100엔' 선을 넘긴 데 이어 엔저(低)가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여기에 더해 일본 투자자들이 지난달 하순 이후 2주 연속 해외 주식·채권 투자를 늘리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가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란 투자자들이 저금리의 엔화 자금을 빌려 고금리의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가리킨다. 제로 금리인 엔화 자금을 빌려 해외에 투자하면 고금리에다가 엔화 약세로 인한 환차익까지 얻을 수 있어 투자자로서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가 확대되면 '엔저'에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커 우리나라로서는 악재가 추가되는 셈이다.
◇일본 투자자들 해외 투자 늘려
13일 일본 재무부의 주간 대외 증권(주식·채권) 매매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투자자들은 지난달 21일 이후 2주 연속 해외 주식·채권을 순투자(해외 투자 매수액이 매도액보다 큰 것) 했다. 금액은 4636억엔(약 5조원)에 이른다.
이는 4월 중순까지 해외의 자금이 일본으로 환류된 것과는 정반대 자금 흐름이다. 일본 투자자들은 아베노믹스로 일본 증시가 급등세를 보이자, 올 들어 4월 중순까지 9조5000억엔(약 100조원)의 해외 투자 자금을 일본으로 가져왔다. 이는 국내적으로 일본 엔화 수요를 늘려 엔저 속도를 늦추는 제동장치 역할을 했었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이런 제동장치가 풀려 엔저 속도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4월 21일 이후 자금 흐름이 180도 바뀐 것은 G20(주요 20개국)과 G7(선진 7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엔저에 대해서 면죄부를 주는 등 국제사회에서 엔화 약세를 용인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해식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엔저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더욱 강화돼 엔 캐리 거래가 더욱 늘어나면 글로벌 엔화 약세는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30일 '엔 캐리 트레이드의 최근 추이와 확대 가능성 점검' 보고서에서 "일본은 대규모 금융 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만, 미국 등은 지금까지의 양적 완화(채권을 매입해 돈을 푸는 것) 정책을 점차 해소하는 방향으로 나갈 가능성이 크다"며 "이렇게 되면 엔화 약세는 물론이고 미·일 간 금리 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커 엔 캐리 트레이드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로는 미국의 경제 전문가 55%가 연내에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 축소가 시작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엔 캐리 트레이드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지만, 일본과 선진국의 금리 차가 적어 과거 2000년대 초·중반과 같은 강도로 크게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에 따르면 2000년 이후 3차례의 엔 캐리 트레이드 현상이 나타났는데, 과거엔 선진국과 일본의 단기금리 차가 4~5%포인트에 달했지만, 최근엔 0.29%포인트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국내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직접 우리나라의 주식·채권시장에 들어왔다가 갑자기 빠져나갈 위험이다. 또 하나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엔저를 가속화하면서 국내 증시 등에 충격을 줄 위험이다.
우선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우리나라에 대량 유입되는 조짐은 아직 없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일본 투자자들은 지난 3월 국내 주식을 51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작년 7월 이후 8개월 만에 순매수로 돌아섰다.
당장 더 커 보이는 위험은 엔 캐리 트레이드로 국제적으로 엔저가 가속화하는 것이다. 이종우 센터장은 "과거보다 엔 캐리 트레이드의 강도가 약해진다고 해도 국내에서 느끼는 충격은 과거보다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2000년대 초·중반의 엔 캐리 트레이드 시기에는 1~2년에 걸쳐 엔화 환율이 달러당 10~20엔 오르는 속도였지만, 이번에는 6개월 만에 달러당 20엔 이상이 오르는 등 엔저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
저금리의 엔화 자금을 빌려서 고금리나 고수익이 기대되는 외국의 채권·주식에 투자하는 금융 기법을 말한다. 일본 투자가뿐만 아니라 외국 투자자도 이 투자 기법을 활용한다. 일반적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가 늘어나면 엔화 가치는 떨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