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규 조선일보 정치부 차장

요즘 여의도 정치권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말은 “도대체 안철수 신당은 언제 뜨는 거야” “누가 안철수 신당에 간대?”라는 질문입니다. 야권은 물론이고 새누리당 쪽에서도 ‘안철수 호(號)’가 언제 출범하고, 누가 승선할 지를 놓고 설(說)이 분분합니다. 아무도 알기 힘든 게 ‘안철수의 마음’이라 하니, 누구도 정확하게 짚어내기 힘들지요.

그런데 안철수 진영의 가장 큰 고민도 바로 누구와 함께 ‘새 정치’의 돛을 띄우느냐는 것이라고 합니다. 막상 주변을 둘러봐도 ‘깜짝 놀랄만한 참신한 인물’을 찾기가 힘들다는 것이죠.

안 의원은 훌륭한 동지를 찾지 못하면 신당을 성공적으로 띄우기 힘들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합니다.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유력 인사나 참신한 외부 전문가, 새 정치를 상징할 만한 중도적 인물을 당의 간판급 스타로 내세울 수 있느냐에 안철수 신당의 성패가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안 의원의 핵심 측근들도 “결국 승부는 인물에서 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요즘 안 의원이 가장 힘을 쏟는 일 중 하나가 사람을 찾는 일이라고 하는데요. 안 의원 주변과 측근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안 의원의 ‘신당 동지’ 찾기는 크게 세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안 의원과 정책·노선·성향이 맞는 유력 정치인, 여야 대립구도에서 자유로운 깨끗한 이미지의 탈정파적 인사, 외부의 참신하고 지명도도 있는 전문가 그룹을 찾고 있다는 것이죠.

(왼쪽부터)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문재인 민주당 의원·안철수 무소속 의원

손학규 고문과 탈정파 ‘6인 모임’ 영입에 집중적으로 공들여

유력 정치인 중에서 안 의원과 연대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지는 인사는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입니다. 손 고문은 현재 독일 베를린자유대학에서 연수중인데 올 8월 초 귀국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안철수 신당이 이르면 8~9월 창당 준비 작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어 손 고문의 귀국 시기와 묘하게 맞물리는 셈입니다.

손 고문 측에선 “손 고문이 안 의원에 호감을 갖고 있고 신당에 대해서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독일에서도 안 의원의 재·보선 출마와 노원병 판세 등 동향을 점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작년 대선 때는 후보 사퇴한 안 의원을 비밀리에 만났습니다. 손 고문 측 관계자는 “친노 진영이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보여준 문제점에 대한 비판적 얘기가 오갔던 것으로 안다”고 했습니다. 손 고문이나 안 의원 모두 문재인 후보에게 고배를 마신만큼 동병상련을 느꼈을 것입니다.

안 의원 측은 기성 정치인 가운데 유독 손 고문에 대해선 우호적이라고 합니다. 안 의원은 서울대 교수 시절 주변 교수들에게 “손 고문은 생각이나 성향이 나와 비슷하다”며 호감을 표시했다고 합니다. 안 의원 측은 신당의 영입 대상에서 민주당 인사는 가급적 제외한다는 방침이지만 손 고문은 ‘예외’인 듯합니다. 안 의원의 한 측근은 “손 고문이 안철수의 ‘새 정치’에 뜻을 같이 해준다면 신당은 날개를 달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손 고문 주변에서도 “‘안철수·손학규 연대’가 뜬다면 야권내 파괴력이 상당할 것”라는 말이 나옵니다. 그러나 민주당 대표를 두 번이나 지낸 손 고문이 민주당을 탈당해 신당에 합류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따라서 손 고문이 안철수와 세력 연대를 위해 당내에서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일정 기간 ‘마음은 하나, 몸은 따로’ 방식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죠.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

민주당 일각에선 손 고문의 신당행을 막기 위해 그를 10월 수도권 재·보선에 출마시키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김한길 대표로선 손 고문을 우군(友軍)으로 만들 수 있고, 손 고문도 재기의 발판을 다질 수 있어 ‘윈·윈’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손 고문, 문재인 의원과 함께 민주당내 대선주자 ‘빅3’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어떨까요? 박 시장은 안 의원과 동지 관계였지만, 최근 차기 대선에서 경쟁 관계로 바뀌고 있습니다. 박 시장은 안철수 신당 합류설에 대해 ‘소설(小說)’이라고 선을 긋고, “내년 시장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할 것”이라고 못박고 있습니다. 신당행 보다는 민주당에 남을 것이란 얘기죠.

그러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 의원 측과 막후 조율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신당이 독자후보를 내 3자 구도가 되면 박 시장의 재선 가도에 빨간 불이 켜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박 시장이 신당과 일정한 교감을 하면서 민주당과 가교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안 의원 측이 손 고문 이상으로 관심과 공을 들이는 쪽은 탈(脫)정파 ‘6인 모임’입니다. ‘6인 모임’은 민주당의 김부겸·김영춘·정장선 전 의원과 새누리당 출신인 김성식·정태근·홍정욱 전 의원이 만든 정례 토론모임입니다. 이들은 매월 한두 차례 만나 여야 정당과 계파, 이념노선을 떠나 주요 현안과 정책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들 중 김성식 전 의원은 안철수 대선 캠프의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았고, 지금도 안 의원을 돕고 있습니다. 안 의원 측도 작년 대선 과정에서 ‘6인 모임’ 멤버들에게 직·간접 지원이나 조언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부겸 전 의원은 안 의원이 직접 만나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정장선 전 의원에게도 자주 전화를 해서 조언을 구하고, 정태근·홍정욱·김영춘 전 의원에 대한 관심도 적잖다고 합니다.

박원순 시장은 신당 보다는 민주당 잔류할 듯

이재웅·변대규 등 CEO 출신과 법조인·학자 등도 유력

안 의원 측 관계자는 “6인 모임 멤버들은 보수·진보의 고질적 진영 논리와 대립 정치에서 벗어나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안 의원의 관심이 각별한 영입 대상 1호”라고 했습니다. 이들은 정치경험과 균형감·콘텐츠까지 두루 갖춰 ‘안철수호’의 상징적 인물이 될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6인 모임의 한 인사는 “안 의원의 새 정치에 공감하고 간접적으로 안 의원 측의 얘기를 듣고 있다”면서도 “아직 신당 문제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검토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안 의원이 새 정치의 기치를 앞세워 삼고초려한다면 ‘신당 합류’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 관측입니다.

이들이 수도권·영남 지역의 재·보선이나 내년 지방선거에서 유력한 후보군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김부겸 의원은 대구, 김영춘 의원은 부산이 지역구이고, 김성식 의원은 부산 출신에 서울이 지역구입니다. 정태근·홍정욱 의원은 서울이 지역구이고, 정장선 의원은 경기도 출신입니다.

왼쪽부터 이재웅, 변대규, 최장집, 강운태

안 의원은 신당의 ‘새 피’ 수혈을 위해 CEO·법조인·교수 등 전문가 그룹을 폭넓게 접촉 중인데, 이 가운데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소풍 대표)와 변대규 휴맥스 대표 등 CEO·경제전문가들이 가장 주목됩니다. 특히 이 대표는 2011년부터 안 의원을 뒤에서 보이지 않게 돕고 조언을 해주는 후원자 역할을 해왔습니다. 안 의원의 한 측근은 “안 의원이 적극 요청하면 이 대표가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이재웅 대표 카드라면 충분히 신당의 간판스타 중 한 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안 의원이 안랩 대표 시절부터 오래 친분을 유지해 온 IT 분야의 CEO와 전문가들도 안철수 신당의 잠재적 영입 대상으로 꼽힙니다. 안 의원은 최근 “제2, 제3의 안철수가 나오길 바라는데, 그게 잘 안돼서 내가 직접 재·보선에 출마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전문가 그룹에서 자신과 같은 스타급 인사를 발굴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안 의원 측은 법조계에서 신망이 있는 부장판사급 이상 전직 법조인들도 최근 만나고 있으며 재보선 이후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만나 자문을 구했다고 합니다. 안 의원이 설립 추진 중인 싱크탱크 연구소의 소장으로 최 교수를 영입하려 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기성 정치권에선 자발적으로 안 의원에게 접근하는 기류도 감지됩니다. 안 의원이 나서기도 전에 전·현직 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먼저 움직이고 있는 것이지요. 강운태 광주시장은 올 2월부터 안 의원의 핵심 측근으로 통하는 시골의사 박경철씨를 초청강사로 두차례 불러 특강을 가졌고, 박준영 전남지사도 대선 과정부터 안 의원에 대해 우호적 태도를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호남의 현직 단체장들 상당수가 안철수 신당을 의식해 안 의원 측과 연결고리를 찾고 있다. 이번 5·18 기념일 때 안 의원의 호남 방문이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최근 진보정의당을 탈당한 강동원 의원과 무소속 박주선 의원, 조배숙·김희철 전 의원, 노무현 정부 때 고위직을 지낸 C씨와 L씨, 민주당의 중진인 J·C 전 의원은 등도 안 의원측과 접촉하거나 호감을 갖고 ‘물밑 연대’를 검토하고 있는 정치인들입니다. 호남의 한 중진 의원은 “지금은 관망하고 있지만 신당이 뜨면 움직이려 할 의원들이 적잖다”고 했습니다.

안 의원 측의 ‘새 정치 세력’ 영입 작업은 본격 창당 준비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올 8월 이후 가시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안 의원이 정치권의 우호세력과 외부의 ‘새 피’ 수혈에 성공한다면 10월 재·보선 이전에 신당이 뜰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새 인물 찾기에 실패한다면 신당 창당도 난항을 겪을 것입니다. 결국 안철수 신당의 성패는 90% 이상 ‘인물’에 달려 있다는 게 정치권의 일치된 진단입니다.

[[POLL] 안철수 향후 정치 전망, 신당 창당 vs. 민주당 입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