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배출한 최초의 월드 팝 스타'답게 화끈하고 성대한 귀환이자 신고식이었다. 강남스타일의 후속 신곡 '젠틀맨'을 12일 발표한 싸이(36·본명 박재상)가 13일 저녁 서울 성산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단독 콘서트 '해프닝'으로 신곡 활동의 첫 발을 뗐다.
칼바람이 부는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스탠딩과 객석을 가득 메운 5만여 관객들은 열띤 함성과 '떼창'을 아낌없이 쏟아내며 싸이의 귀환을 반겼고,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전세계 네티즌들도 실시간으로 싸이의 공연을 즐기며 따끈따끈한 '월드 팝 신상품'인 '젠틀맨'을 감상했다.
공연은 예정보다 20분 쯤 늦은 6시 50분 '라잇 나우'로 시작됐다. 현란한 LED영상과 함께 무대로 뛰어나온 싸이는 전성기의 마이클잭슨을 연상시키듯 번쩍이는 황금장식이 어깨를 뒤덮은 정장스타일의 무대의상으로 초반부터 분위기를 한껏 달궜다. 전형적인 '떼창송'으로 사랑받아온 '연예인'과 '예술이야'로 객석 온도를 급상승시킨 뒤, '새'와 '오늘밤에' '내눈에는' '나 이런 사람 이야' 등 자신의 노래 혹은 자신이 작곡했던 히트곡들을 연이어 불렀다.
소속사 후배가수들의 '찬조출연'도 화려했다.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하이가 나와 원래는 박정현의 몫이었던 '그랬나봐'의 여성 보컬 피처링을 맡았고, 신곡 발표를 앞둔 걸그룹 투애니원, 최근 월드투어를 시작한 지드래곤도 출연해 마치 'YG엔터테인먼트 집안잔치'같았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전세계에서 최초로 선보인 '젠틀맨'의 뮤직비디오의 공개 및 최초의 라이브 공연. 근엄한 정장을 입은 노신사들을 시작으로 노홍철·유재석·정형돈·길 등 무한도전 멤버들이 출연해 시종일관 코믹무드로 짜여진 뮤직비디오를 본 관객들은 5초 단위로 폭소를 터뜨렸다. 이날 싸이가 선보인 안무의 핵심 '시건방춤'은 브라운아이드걸스가 부른 '아브라카다브라'와 동작면에서 큰 차이점은 없이 상당히 비슷했다.
싸이는 이날 공연 중간 곳곳에서 별안간 월드스타로 등극한 벅차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한 심정을 솔직담백한 입담으로 표현해 관객들의 박수를 여러 차례 받았다. 발라드곡 '설레인다'를 부르기에 앞서 "해외에서는 나를 단순히 강남스타일 노래만 알고, 심지어는 코미디언으로 알고도 있다고 하는데, 내가 랩을 하고 댄스만 할 뿐 아니라 작사·작곡도 할 줄 알고 느린 노래들도 부른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며 글로벌 뮤지션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욕심을 솔직히 이야기했다.
매 공연마다 다채로운 퍼포먼스로 '이벤트의 달인'이라 불리웠던 싸이는 이날 공연에서도 다채롭고 역동적인 '쇼'들로 시시각각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어둠속에서 별안간 와이어에 매달린 채로 공중으로 날아올라 월드컵경기장 곳곳을 새처럼 휘휘 누비며 관객들과 함께 '낙원'과 '거위의 꿈'을 '떼창'한 것은 이날 공연 최고의 '쇼'였다. 그는 와이어를 탄 채로 목이 멘 듯 "해외에서 반응 안좋다고 하면어쩌냐고 걱정해주시는데, 이렇게 공중에서 함성받고 있기 때문에 망해도 상관없다"며 호기있게 말하면서 가슴 벅찬듯 굵은 눈물방울도 흘렸다.
싸이는 이날 공연에서 첫 공연을 한국에서 시작하는 것에 각별히 의미를 부여했다. '예술이야'를 부르는 도중에는 '많은 외국 사람들이 왜 첫 공연을 한국에서 시작하느냐고 물어와 '한국어를 쓰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고 즉석 멘트를 해서 큰 박수를 받았다. 오늘 관객들에게 흰옷을 입고 오라고 직접 '드레스 코드'를 정한 것에 대해서도 공연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극적인 조명효과를 내기엔 흰옷이 적합하다고 판단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백의민족이었다"고도 말했다.
두시간 반동안 이어진 공연은 '위 아 더 원'과 공식 공연 마지막곡인'강남스타일'으로 끝났지만, 싸이는 '날 떠나지마'를 시작으로 이정현의 '바꿔',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 등 90년대 테크노음악 퍼레이드로 본 공연 못지 않은 화끈한 뒤풀이를 선보인 뒤 다시 한 번 와이어에 몸을 싣고 이상은의 '언젠가는'을 부르며 객석을 날아다녔다. 이후에도 무한궤도의 '그대에게' 등 애창가요들의 메들리를 뒤풀이로 선보이며 공연시간은 세 시간을 훌쩍 넘겨서야 끝냈다. 싸이는 이날 공연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강남스타일의 열풍 '시즌2'를 이어가기 위한 해외 활동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