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은 14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 이행 방침에 대해 "원칙이 훼손되거나 예산이 없는데도 무조건 공약대로 해야 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심 최고위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약 이행도 좋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대형 예산 공약들에 대해서는 출구 전략도 같이 생각하셨으면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새누리당 지도부에서 '무리한 공약'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심 최고위원은 이 같은 공약의 대표적인 사례로 기초노령연금을 들며 "65세 이상 누구에게나 노령연금 20만원을 주겠다는 공약은 현재 소득 하위 70%에게만 주는 것을 상위 30%까지 모두 주겠다는 것인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같은 부자에게도 한 달에 노령연금 9만원을 주겠다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이냐"고 했다.
["全계층으로 확대 필요"]
"고소득층엔 세금 더 걷으면 돼… 복지 자체는 차별 없이 적용해야"
박근혜 당선인 측은 기초연금의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현 노년층은 부모를 부양하고 자식들을 가르치느라 노후 준비를 제대로 못한 세대"라면서 "더구나 이들이 한창 일할 나이에는 당연히 자식들의 부양을 기대했는데, 급격한 세태 변화로 인해 그걸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국가가 책임지고 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이 45%로 가장 높다"고 밝혔다.
박 당선인 측은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확대할 경우 재정적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이건희 회장이 기초연금을 받느냐 받지 않느냐는 문제의 핵심이 아니며 그보다는 사각지대에 놓인 계층에게 어떤 혜택을 제공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모든 학생이 똑같은 급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무상 급식'이나, 동등한 환경에서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도록 하는 '0~5세 무상 보육' 같은 정책과 마찬가지로 기초연금 도입도 저소득층의 혜택이 늘어나는 데 따르는 사회 전체적인 이득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 측 관계자는 "월 20만원은 65세 이상이 최소한의 생계를 이어가기에도 부족한 금액"이라고 했다. 기초연금도 무상 급식·보육처럼 '최소한의 보편적 복지' 영역이라는 것이다. 박 당선인 측은 부유층에게도 그런 혜택을 줄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에 대해선 "각종 비과세·감면 축소 등을 통해 그만큼 고소득자로부터 세금을 더 걷으면 궁극적으로는 저소득층에게 혜택을 돌려주는 결과가 된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 측은 또 "무상 급식은 같은 교실에서 급식 제공을 차별화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지만, 기초연금은 소득에 따라 충분히 차등화해 지급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기초연금을 일괄적으로 2배 인상하는 대신 일부 고소득층은 소득에 따라 지급액을 달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대상자 제한해야"]
"2040년엔 40%가 노인… 재원 없어, 저소득층 집중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제시한 기초연금 공약은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지금의 2배인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안은 재벌 회장에게까지 돈을 지급할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에 부딪히고 있다.
기초연금이 노인들에게 노후 소득을 보장하는 '안전판'이 될 수 있지만, 국민 세금이 너무 많이 들어 지속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노인 인구가 급증해 2040년이 되면 전체 인구의 40%가 노인으로 바뀐다. 지난해부터 납세자인 생산연령(15~64세)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돈 낼 사람은 줄어드는데 급증하는 노인들을 부양할 재원을 과연 마련할 자신이 있느냐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다. 이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기초노령연금이었다.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게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의 5%를 주도록 했다. 그러나 OECD는 최근 '2012 한국경제보고서'에서 기초노령연금 지급액이 너무 적어 노인 빈곤 완화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급 대상을 빈곤 노인으로 축소하되 1인당 지급액을 늘리라고 권고했다.
전문가들은 기초연금은 대상자를 제한해 선별적 복지로 가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한다. 재벌회장 등 고소득층은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 등으로 충분히 노후 소득 수단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굳이 기초연금까지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스웨덴도 기초연금을 노인 전원에게 주다가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자, 개인이 낸 돈만큼 기초연금을 주는 방식으로 고쳤다. 정부는 최저 연금액 이하를 받는 경우에만 모자라는 돈을 보충해주고 있다. 호주도 100% 기초연금을 주는 데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어 제도 개편을 적극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