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19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에 "이런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 있느냐"며 야당 후보를 직접 겨냥했고, 문 후보 측도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고 반발했다. 양당 후보들이 직접 나선 만큼 정상회담 대화록을 통해 진실이 밝혀지면 어느 한 쪽은 치명상을 입게 됐다. 그렇다고 어느 쪽이 먼저 '꼬리'를 내릴 수도 없는 치킨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朴 캠프, NLL 관련 확신 가진 듯

새누리당 주변에선 박 후보가 NLL 문제를 직접 거론한 것과 관련, "국가정보원을 통해서 남북정상 회담록 내용을 확인했다" "회담록 내용을 정확히 알고 있는 현 정부 인사에게서 정보를 제공받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당 고위 관계자들은 "당시 상황에 대해 충분히 확인해서 우리 나름의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선대위 관계자는 "자체 여론조사 결과 'NLL 문제는 중요한 사안'이라는 응답이 60% 정도 나온다"며 "여론 측면에서 보더라도 손해 볼 게 없다"고 했다.

박 후보 측은 과거사 논란 등으로 인한 수세 국면을 공세 국면으로 바꿀 필요성도 느끼고 있다. NLL 논란이 마침 이런 상황에서 터져 나왔는데, 확인 결과 근거도 믿을 만하고 여론 반응도 좋으니 이를 당분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박 후보는 이날 서울 지역 당 선대위 출범식에서 "누구에게 이 나라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을지로 이번 대선은 승부가 난다"는 대목에서 NLL 발언을 했다.

(왼쪽)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19일 서울 양천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선거대책위 출범식에서 한 시민과 공개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19일 경찰의 날(21일)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숭인동 동묘파출소 경찰관들과 함께 순찰 체험을 하고 있다.

文 캠프도 "밀리면 대선은 끝"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측은 이 문제에 대해 배수진을 치고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과 김만복 전 국정원장 등 노무현 정부 관계자들이 총출동했고, 문 후보도 "그런 일 없다"며 "(노 전 대통령이 그런 얘기를 한 것이 사실이면)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을 대신해 제가 책임지겠다"고 했었다.

문 후보와 민주당은 '영토 주권'과 관련된 사안에 적시에 대응하지 못하거나 미온적 태도를 보일 경우 연말 대선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문 후보 측은 당시 남북정상회담에서 배석자가 없는 정상 간의 별도의 단독회담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비밀 대화록도 없고,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실제 대화록이 존재하더라도 새누리당이 이를 공개하기는 힘들 것이란 계산도 하고 있다. "세계 어디에도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는 경우는 없다"는 이유다.

문 후보 측은 NLL 논란의 정치적 득실에 대해 "결국은 새누리당이 시대에 뒤떨어진 '색깔론'을 펴는 구태 세력으로 낙인 찍힐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야권 후보 단일화를 앞둔 시점에서 NLL 공방으로 박근혜·문재인 양자 구도가 부각되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우리로서도 나쁘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여야 회담록 열람 딴소리

이번 논란은 여야 합의로 국정원과 국가기록원에 있는 정상회담록을 확인하면 금방 끝낼 수 있다. 이에 대해 문재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의혹을 제기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가짜 대화록을 즉각 공개하고 입수 경위에 대해 낱낱이 밝히고, 박근혜 후보는 정 의원 주장이 허위로 판명되면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이 두 가지가 전제된다면 대화록을 공개하고 열람하는 데 전적으로 동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 의원은 처음엔 '비밀 대화록'이라고 말했으나 이후 "별도의 비밀 대화록이 아니라 공식적으로 작성된 대화록을 말한 것"이라고 자신의 주장을 정정(訂正)했다. 새누리당은 공식 대화록을 열람하자는 입장이다. 양당이 공개 또는 열람의 대상에 대해 서로 딴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