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16일 "다음 정권에서 근본적인 세제 개혁을 반드시 이룰 수밖에 없다"며 종합소득세·부가가치세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종인 "연간 30조원 증세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현재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이 19%를 조금 넘는데 그렇게 높다고 볼 수가 없다"며 "과거에는 조세부담률이 21%까지 간 적이 있는데 (다음 정권에서) 그 정도까지는 갈 수 있지 않으냐는 생각"이라고 했다. 조세부담률은 국민소득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로, 2010년 기준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회원국 평균은 24.6%이며, 한국은 19.3%다. 김 위원장은 "조세부담률이 1% 늘어나면 재원이 12조원 정도 늘어난다"며 "조세부담률이 21% 수준까지 가면 (늘어나는 세수가 연간) 30조원 가까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 위원장은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1차적으로 예산 구조와 조세 제도를 어떻게 할지 분명한 의지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새누리당의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왼쪽)과 권영세 종합상황실장(가운데), 이정현 공보단장이 1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본부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새누리당은 최근 나성린 정책위 부의장이 소득세 최고 세율(38%)의 과표 구간을 '3억원 초과'에서 '2억원 초과'로 낮춰서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걷는 세제 개편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박 후보의 공약을 담당하는 정책통들은 이런 방안에 대해 "선거를 앞두고 증세를 꺼내선 안 된다"며 반대해 왔고 야당은 "구체적인 증세안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이 이날 밝힌 구상은 대선을 전후한 '2단계 증세론(論)'이다. 김 위원장은 연말 대선까지 박 후보의 공약은 "(세율 조정을 통한 증세 없이) 행정 부처 예산 구조조정과 각종 감면 제도 정리를 통해서 연간 복지비 부담 27조원을 충당하겠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여기에 더해 정권 출범 이후 복지 수요가 늘고 증세 필요성이 더 커지면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산하의 '국민대타협위원회'에서 박근혜 후보가 제안한 '조세 대타협'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증세 방법에 대해서는 "1975년에 종합소득세가 도입된 다음에 세제 개혁을 해본 적이 없어서 '누더기 세제' 비슷하게 돼 있다. 부가가치세는 도입한 지 35년 가까이 지났는데 10%의 세율이 한 번도 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여론에 민감한 부가가치세까지도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서라면 개편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가 당선돼도 '세제 개혁' 추진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소득세 최고 세율 적용 대상(과세표준)을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확대해 연간 세수를 1조2000억원 늘린다는 계획이다. 문 후보는 또 법인세도 최고 세율을 22%에서 25%로 늘리고 과세표준을 개편해 대기업 등에서 세금을 더 걷겠다는 방침이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고소득자뿐 아니라 소득 중하위 계층까지 능력만큼 세금을 더 내고 복지 혜택을 더 받도록 하자는 '보편적 증세'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안 후보 역시 OECD 평균치를 감안해 현재의 조세부담률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여야(與野) 어느 쪽이 집권해도 소득세 인상을 비롯한 과세 체계 개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