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style="text-align:center"><span style="padding: 0 5px 0 0;"><a href= http://www.yes24.com/24/goods/7420669?CategoryNumber=001001017001007001&pid=106710 target='_blank'><img src=http://image.chosun.com/books/200811/buy_0528.gif width=60 height=20 border=0></a></span><a href=http://www.yes24.com/home/openinside/viewer0.asp?code=7420669 target='_blank'><img src=http://image.chosun.com/books/200811/pre_0528.gif width=60 height=20 border=0></a><

대형 서점 신간 매대(책을 진열해 놓은 탁자)에서는 날마다 '전쟁'이 벌어진다. 굴러온 새 책이 박혀 있던 어떤 책을 자리에서 밀어낸다. 경쟁에서 진 책은 매대에서 10m쯤 떨어진 서가에 꽂힌다. 출생 신고와 사형 선고가 교차하는 순간이다. 출판사들은 "매대에서 1주일 버티기도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그래서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신간 에세이 매대에 돋보기를 들이댔다. 김난도 교수가 쓴 '아프니까 청춘이다' 등 요 몇 해 사이 에세이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분야다. 지난 3일 월요일부터 7일 금요일까지 매일 오전 11시 30분에 매대를 관찰했다. 한 평도 안 되는 공간에서 신간들끼리 다툰 96시간의 기록이다.

매대에도 '계급'이 있다

월요일. 한국 에세이 신간 매대(약칭 'J3')는 가로 14줄, 세로 4줄이다. 약 60종의 책이 0.6평(2㎡)의 공간을 공유하는 셈이다. 매대는 평평하고 책들은 다닥다닥 붙은 채 누워 있지만 어느 쪽에 놓여 있느냐에 따라 '신분'이 갈린다. 눈에 잘 띄고 손을 타는 통로 쪽에 입주한 책이 더 잘 팔린다. 등산할 때 자주 잡히는 나무가 반질반질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7일 정오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신간 에세이 매대. 매대는 평평하지만 책은 놓인 자리에 따라 수명이 달라진다. 시선을 끄는 통로 쪽인 맨 윗줄에 놓인 게 이른바‘미는 책들’. 그 명당 자리에서는“어, 김구라가 책 냈네?”“박태환이랑 송혜교는 왜 (책이) 붙어 있지?”같은 탄성이 들렸다.

J3에서 그런 명당자리에는 수영선수 박태환이 쓴 '프리스타일 히어로', 만화가 박광수의 '광수생각', 탤런트 송혜교의 '혜교의 시간' 등이 놓여 있다. 교보문고 측은 "신간부터 통로 쪽에 놓는다"고 설명하지만 8월 29~31일 반입된 에세이 11종 중에 '아버지와 아들' 하나를 빼곤 전부 뒷줄로 밀려나 있다.

그런데 김난도 교수가 최근 펴낸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가 없다. 알고 보니 엉뚱한 책이 뚜껑처럼 위에 얹혀 있었다. 제목은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라'. 우연일까 방해 공작일까. 정치인 문재인의 아내 김정숙씨가 쓴 '정숙씨 세상과 바람나다', 희귀병을 앓으면서도 서울대에 입학한 김찬기씨의 '공부의 락'에는 사인회나 볼펜 증정 같은 안내문이 깃발처럼 꽂혀 있다.

'미는 책' 아니면 1주일도 버겁다

화요일. 어제 매대에 놓여 있던 '영혼을 위로하는 나이팅게일 메시지' '옛사람의 향기가 나를 깨우다' '울퉁불퉁한 날들' '행복한 은퇴자'가 보이지 않는다. '옛사람의 향기가 나를 깨우다'와 '행복한 은퇴자'는 출간된 지 1주일밖에 안 됐다. 대신 개그맨 김구라가 쓴 '독설 대신 진심으로', 소설가 오정희의 '이야기 성서' 등 신간 4종이 새로 드러누웠다. 1열부터 4열까지 오르락내리락 자리바꿈도 많다. 작가 신현림이 쓴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의 경우 월요일엔 통로 쪽 1열에 있다가 화·수요일엔 2열로 밀렸고 목요일에는 사라졌다. 이런 손바뀜은 ①실제 판매량 ②출판사의 광고와 영업 ③북마스터의 취향과 관련이 있다. 매대에서 떠밀린 책들은 북마스터 자리의 뒤편 바닥에 처량하게 쌓여 있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한 달 평균 102종의 신간 에세이가 반입된다. 판매가 잘되는 책이나 판매될 가능성이 큰 책 또는 '미는 책'이 아니면 매대에서 저 물량 공세를 당해낼 수 없다. 고세규 고즈윈 대표는 "대형 서점이 '밀겠다. 같이 팔아보자'고 하지 않으면 매대 위에서 두 번째 주를 맞기 어려운 게 현실"이면서 "올해 펴낸 20종 중 '미는 책'으로 간택된 건 3종뿐"이라고 말했다. 타율로 치면 1할5푼인데, 출판계 평균에 비하면 꽤 높은 수치라고 한다. 과거 출판사 영업부의 불만은 "책 좀 빨리 만들어달라"였지만 요즘은 "왜 책이 벌써 또 나오느냐. 지난번 것도 감당 안 되는데…"로 바뀌었다.

모로 눕히면 '방 뺀다'는 신호

수요일. '돌아와 앉은 오후 4시' '인간의 기쁨' '어머니 공부'가 4열 귀퉁이에 모로 누워 있다. 이렇게 칼잠 자는 자세가 되면 책의 노출 면적은 10분의 1로 줄어든다. 곧 방을 빼야 한다는 적신호다. 목요일에는 '청촌수필' '영어의 바다에는 상어가 산다' 등이 더해져 모로 누운 책이 7종으로 늘었다. 금요일이 되자 이 책 중 '인간의 기쁨'과 '어머니 공부'가 서가로 나갔다.

신간이 매대에 체류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교보문고 박미옥 문학파트장은 "최소 2주 진열이 원칙이고 평균 3주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간이 몰릴 경우 그 시간은 짧아질 수밖에 없고 '1주일 단명(短命)'이 적지 않게 일어난다. 금요일 오전 매대에는 8월 마지막 주에 들어온 19종 중 8종이 이미 사라졌다. 박미옥 파트장은 "판매되는 에세이는 소수로 제한돼 있고 2주 동안 한 권도 안 팔리는 경우도 있다"면서 "어쩔 수 없이 매대에서 빼야 할 땐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아예 매대를 사라?

금요일. 매대에서 살아남은 책들은 나온 지 하루~나흘 된 게 15종, 5~10일이 19종, 11~30일이 20종이다. 지난 한 달간 출판된 책들의 절반은 서가로 옮겨졌다. 서가에 꽂힐 때 '장사 지낸다'고 부른다. 책의 수명은 사실상 거기서 끝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동네 서점도 많았고 책이 스스로 일어설 기회가 있었지만 이젠 속도전이다. 노출이 안 되면 시장 진입도 어려워진 것이다.

그래서 많은 출판사가 자릿값을 내고 책을 눕힌다. 한 출판사 사장은 "계단형 매대나 통로 중앙에 쌓여 눈길 끄는 책들은 광고와 연관돼 있다"면서 "활로가 좁아졌기에 100만~200만원씩 광고비를 지불하고 노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점에서 눈길을 끄는 상당수 공간은 '돈'을 주고 사는 공간인 셈. 백화점 입점 원리와 비슷하다.

진지한 지식이 사라진다

민음사 관계자는 "서점은 평당 매출액을 끌어올려야 하고 신간이 나오는 사이클(회전주기)이 짧아지면서 시장은 '단군 이래 최악'"이라며 "치고 빠지는 기획출판 전략으로 가면서 책의 수명은 짧아지고 다양성은 줄었다"고 털어놓았다. 온라인 서점과 스마트폰의 비중이 커지면서 마케팅 비용은 오르고 예측은 어려운 시장이 돼버렸다는 것이다. 순위 경쟁에서 밀리는 순간 판매량은 수직 낙하한다.

트렌드에 편승해 책을 쉽게 쓰고 소비하는 '지식의 상품화'도 문제다. 최혜실 경희대 교수는 "지식에는 영원하고 오래 곱씹어야 하는 것도 있는데 그런 지식은 매대에서 살아남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너나없이 힐링을 외치는 에세이들도 그렇고 인문서의 대중화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