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난달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외부 일정을 철저히 보안에 부치면서 비공개 활동을 하고 있다. 외부 행사나 일정을 가진 지 하루 이틀 후 선별적으로 언론에 공개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안 원장이 알리고 싶은 일정만 취사선택해 '시간차 홍보'를 하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하루·이틀 지나 선별적 일정 공개
안 원장은 지난 3일 용산참사를 다룬 영화 '두개의 문'을 관람했다. 자신의 대담집 출간과 대선 출마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러나 영화 관람 사실은 이틀이 지난 5일 언론에 공개됐다. 안 원장은 지난 7일 인천 지역 중학생 120여명을 상대로 강연을 했다. 이 또한 다음 날인 8일 인천 북부교육청을 통해 언론에 알려졌다.
안 원장이 SBS 예능프로그램인 힐링캠프에 출연한 사실도 지난달 18일 녹화가 이뤄진 지 하루가 지나 방송사를 통해 공개됐다. 프로그램 녹화는 출연진과 스태프만 아는 상태에서 극비리에 이뤄졌다.
행사나 일정을 마친 뒤 하루 이틀이 지나서야 언론에 선별적으로 발표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대선 주자나 정치인들이 자신의 일정을 하루 이틀 전 미리 언론에 알리고, 행사 현장도 공개하는 것과 정반대다. 안 원장과 가까운 인사는 "안 원장이 외부 일정을 가지면, 참모들이 회의를 열어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안 원장은 앞으로 이 같은 방식의 비공개 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유민영 대변인은 "국민 의견을 듣는 소모임을 비공개로 가질 것이며, 참석자들이 동의하면 사후에 내용을 공개할 방침"이라고 했다.
◇"기획·연출된 이미지 마케팅"
안 원장 측은 "국민 목소리를 차분하게 듣기 위해선 일정 보안과 비공개 모임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일정을 공개하면 취재진이 대거 몰리면서 행사 진행 및 대화가 불가능하고 혼란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안 원장은 떠들썩하고 요란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인데, 차분하게 얘기하는 자리에 언론이 오면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안 원장이 사전에 기획·연출된 모습과 이미지만 대중에게 보여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국민들은 안 원장의 원래 모습, '생얼'(화장 안 한 얼굴)을 보고 싶어 하는데, 비공개로 행사를 한 뒤 좋아 보이는 것만 선택해서 언론에 내보내는 것은 진정한 소통이 아니고 '국민의 알 권리'에도 어긋난다"고 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안 원장으로선 신비주의를 강화할 수 있겠지만, 국민들로선 그의 본모습을 보고 판단할 기회가 줄어드는 셈"이라고 했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대선 지지율 1등을 다투는 공인(公人)이 일정을 보안에 부치고 이미지 관리를 하는 인상을 줘선 곤란하다"고 했다.
안 원장의 잠행이 검증 공세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상병 시사평론가는 "공개 일정을 가질 경우 언론과 청중이 대선 출마 여부와 함께 (안 원장이 재벌2·3세들과 만든) V소사이어티 등 약점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어볼 가능성이 크다"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데 대한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