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를 뽑는 여야 경선이 국민의 관심 밖이다. 경선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의 이상한 경선이다.

런던올림픽 개막은 부차적 요인이다. 새누리당민주통합당 경선에 흥행요소가 도무지 없다는 게 근본 원인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21일부터 TV토론회와 합동연설회, 정책 토크를 잇달아 갖고 있지만 유권자들의 주목을 전혀 못 끌고 있다. 박근혜 후보가 워낙 압도적인 데다, 2위 싸움마저 시들한 형국이다. 상호 검증 같은 흥행거리도 없어 '박근혜 모노드라마(mono drama·1인극)'가 돼버렸다.

민주당은 30일 예비 경선을 통해 본경선 주자 5명을 뽑았지만 김이 새긴 마찬가지다. 야권의 관심이 온통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쏠리면서 문재인·손학규·김두관 후보 등의 지지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주연(안철수)' 빠진 '조연들만의 드라마'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결과 뻔한 새누리] 
주연만 있는 드라마… 긴장 없는 박근혜, 들러리 전락한 非朴 4인

첫 TV토론회 시청률 3.1%로 2007년 경선때의 절반에 불과
朴측 "최대한 조용히 치르자" 非朴들, 朴 겨냥 공세조차 미미
올림픽때 택해 흥행부진 자초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 경선 구도는 너무 양극화돼 있다. 경선 결과가 뻔해 박근혜 후보도, 비박(非朴) 후보 4명도 신이 나지 않는다. 그러니 관객인 유권자들이 신이 날 리 없다.

①느긋한 박근혜 후보 캠프

박근혜 후보는 31일 여의도 대하빌딩의 경선캠프 사무실을 들러 "남은 경선 일정을 잘 마무리하자"고 실무진을 격려했다. 박 후보가 캠프 사무실에 나온 것은 지난 10일 출범식 이후 두 번째로, 21일 만이다. 이틀에 한 번꼴로 캠프에 들러 회의를 주재했던 2007년 경선 때와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캠프 관계자들은 "당내 경선은 이미 승부가 결정된 것"이라며 "최대한 조용하게 치르고 모든 역량은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본선에 집중될 것"이라고 했다.

②답답한 비박 주자들

김문수·김태호·임태희·안상수 등 비박 후보 4인은 지난 30일 경남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박근혜 후보에 대한 공세 수위를 대폭 낮췄다. 김문수 후보는 연설 도중 "훌륭한 박정희 대통령"이라고 했고, 안상수 후보도 "창원의 기반을 닦은 건 박정희 대통령"이라고 했다.

비박 후보들의 고민은 '지지율'이다. 그들은 "어떤 방법을 써도 후보 지지율이 미동도 않는다. 박 후보에 대한 공격을 어느 정도로 할지도 감이 안 잡힌다"고 했다. 안상수 캠프 홍종일 대변인은 "합동연설회에서도 당협위원장이 당원, 대의원을 소집해 나오는데, 박근혜 후보에 일방적으로 집중된다"고 했다. 김태호 후보 측은 "경선이 박근혜 후보 중심으로 짜여 있다. 동영상 홍보물만 해도 박 후보 측에선 아주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는데, 다른 후보들은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③국민 무관심 우려할 수준

지난 21일 후보 5인이 참여한 첫 방송 3사 TV토론회의 시청률은 전국기준 3.1%로, 2007년 경선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합동토론회' 시청률(6.2%)의 절반에 불과했다. 임태희 후보 측 윤성욱 실장은 "민주당은 경선 흥행을 위해 올림픽 기간을 피하는데 새누리당은 박 후보의 말 한마디에 경선을 올림픽 기간에 실시한 게 경선 흥행 부진의 가장 큰 이유"라고 했다.

④상호검증 없는 경선

이번 경선에는 2007년의 '후보검증 청문회'처럼 상대 후보를 검증하는 프로그램이 없다. 상대를 '공격'하는 기회는 TV토론회나 합동연설이 유일한데 이는 치밀한 검증이라기보다는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네거티브'라는 인상을 줬다. 단국대 가상준 교수는 "새누리당 경선 방식이 너무 재미없어 그들만의 리그가 됐다"며 "이미 사람들의 관심은 박 후보의 상대로 안철수 교수가 되느냐, 아니냐로 옮겨가 버렸다"고 했다. 경희대 윤성이 교수는 "박 후보의 리더십, 역사관은 야당의 메뉴"라며 "비박 주자들은 지금부터라도 재벌개혁, 복지포퓰리즘 같은 정책을 갖고 박 후보와 대립각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했다.

[판세 뒤집겠다던 민주]
조연만 있는 드라마… 文(문재인)·孫(손학규)·金(김두관) 지지율, 경선 이후 되레 반 토막

장외의 안철수 바람에 묻혀 4차례 방송토론 등 이슈 안돼
대선 비전·공약은 실종되고 安 파트너 뽑기 대회로 전락
다단계 경선 수십억 들어 부담

민주통합당은 이번 대선 후보 경선을 통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뒤진 판세를 뒤집겠다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안철수 원장의 등장으로 인해 경선 흥행은커녕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 급락부터 막아야 할 희한한 상황에 빠졌다.

민주통합당의 대선 후보 예비 경선을 통과한 정세균·김두관·손학규·문재인·박준영 후보(왼쪽부터·기호順)가 31일부터 지방을 돌며 본격적인 경선전에 들어갔다.

①반 토막 난 대선 주자 지지율

대선 후보 경선을 시작하면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이 오르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이번엔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이 한꺼번에 빠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안 원장의 대담집 출간과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 출연 이후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은 15~19%에서 8~9%대로, 손학규·김두관 후보는 3~5%대에서 2~3%대로 떨어졌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민주당 후보들의 지지율 총합이 20~25% 수준에서 안 원장 등장 이후 15% 이하로 쪼그라들었다"며 "민주당이 움직일 공간과 변화 가능성이 더 줄어들었다는 의미"라고 했다.

②반향 없는 자기비판 토론회

민주당은 예비 경선 기간인 7월 22~28일 4차례 방송토론을 했지만 주목을 받지 못했다. 23일 열린 방송토론은 같은 날 밤 안 원장이 출연한 '힐링캠프' 시청률에 압도당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원들조차 대선 주자들이 무슨 얘기했는지 잘 모르더라"고 했다. 토론회에선 대선 비전·공약보다는 당에 대한 비판과 안 원장 얘기가 주로 쏟아졌다. 김두관 후보는 26일 토론회에서 "친노 패밀리는 개혁이 아닌 담합을 선택했다. 당대표가 당 밖의 안철수만 바라보면서 경선에 찬물을 뿌렸다"고 했다. 김정길 후보는 "안 원장에 구애·구걸하면서 민주당 경선을 마이너리그로 만드는 상황"이라고 했다.

③안철수 파트너 뽑기?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민주당 경선은 대선에서 가장 경쟁력 높은 후보를 뽑는 게 아니라 안 원장과 합쳤을 때 가장 시너지 효과가 높은 후보를 뽑는 선거 같다"고 했다.

주요 대선 주자들도 안 원장에 대한 공세가 아닌 구애 모드로 돌아섰다. 손학규 후보는 31일 기자회견에서 "안 원장과 가장 시너지를 일으킬 후보는 나다. 정권교체는 '손안'에 있다"고 했고, 김두관 후보 측도 "안 원장과 김두관은 정치 대개혁의 동반자"라고 했다. 문재인 후보는 24일 토론회에서 "안 원장을 견제할 때가 아니라 단일화 상대로 연대해야 한다"고 했다.

④다단계 고비용 경선

민주당은 예비 경선과 본경선, 1·2위 간 결선 투표, 안 원장 및 통합진보당과의 야권 후보단일화 등 4~5단계를 거쳐 최종 후보를 뽑을 예정이다. 경선 흥행을 위해 다단계 방식을 택한 것이다. 본경선에선 200만~300만명의 모바일 선거인단을 모을 계획이다. 예비 경선과 본경선, 결선 투표를 치르는 데만 45억원 정도가 들 것으로 추정된다. 이전의 대선 경선에 15억~20억원 정도가 든 것에 비하면 비용이 2~3배 늘어난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모바일·국민선거인단을 뽑고 여론조사를 실시하려면 또 수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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