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사실상 대선 참여의 길로 들어선 것을 놓고 민주통합당 내부에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겉으론 일제히 "환영한다"고 했지만, 각 대선주자 진영과 당 지도부는 후보 경선 흥행에 차질이 빚어지고 민주당 주자들의 지지율이 떨어질까 봐 속앓이를 하는 모습이다.

◇"안철수가 야권 영역 넓힐 것"

민주당은 "안 원장의 등판으로 야권의 영역이 넓어졌다"고 했다. 그동안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경선 후보에게 일방적으로 밀렸는데, 안 원장의 등장으로 야권 전체에 활력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상임고문은 이날 "안 원장이 책을 내 출마를 결심한 거 아닌가 추측들을 하는데 기쁜 일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손학규 상임고문 측도 "여태까지 안 원장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몰랐는데, 우리와 생각이 많이 일치하는 것 같고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했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 측은 "중도층 표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동반자적 관계가 될 것"이라고 했다.

20일 국회 대정부 질문 도중 민주통합당 박홍근 의원이 의석에 설치된 컴퓨터로 대선 관련 인터넷 뉴스를 보고 있다.

안 원장을 한배에 탈 우군(友軍)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얘기다.

미디어리서치 김지연 이사는 "대선에선 유권자들이 싫어하는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한 '차선(次善)의 투표'를 하는 경향이 강한데, 안 원장이 '반(反)새누리' 표를 결집하고 야권 지지층을 중도층으로 넓힐 수 있다"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도 "안 원장이 박 후보의 독주를 막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했다.

◇安이 뜨면 민주당은 가라앉는다?

그러나 안 원장은 민주당엔 '양날의 칼'과 같은 존재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안 원장이 뜨면 민주당 대선주자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연구소장은 "안 원장과 민주당의 지지율 싸움은 제로섬(zero-sum)이라 안 원장이 버티고 있으면 민주당 시장점유율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도 "지금 민주당 주자들이 뜨지 못하는 것도 바깥에 안 원장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며 "국민의 눈이 민주당이 아니라 안철수 원장에게 쏠리면 결과적으로 안 원장에게 통째로 잡아먹힐 수도 있다"고 했다.

안 원장의 등장이 민주당 경선 흥행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도 적잖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 경선이 자칫 '마이너리그'로 비칠 수 있다"고 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민주당 경선 직전 안 원장의 책 출간은 '경선 김빼기' 효과가 크다"고 했다.

안 원장이 책에서 민주당을 비판한 것도 당혹스러운 부분이다. 안 원장은 "(민주당) 집권 10년간 서민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았다" "야권의 총선 패배로 (출마를) 고민하게 됐다"고 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야당의 선거 패배가 나를 불러냈다고 얘기하는 건 정치인으로서 소극적이고 조금 실망스럽다"고 했다. 민주당 인사들도 "왜 민주당까지 걸고넘어지느냐"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관계자는 "안 원장은 함께 가야 할 대상이고 잘못 대응했다간 역풍이 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