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7시 서울 삼성동 박근혜 대선 경선 후보 집의 전화기가 울렸다. 경선 캠프 관계자가 "태풍 때문에 비행기가 뜨지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보고하자, 박 후보는 "준비해 뒀던 두 번째 방법으로 갑시다"라고 했다. 박 후보는 전날 기상악화 소식을 듣고 오전 9시 김포공항발 비행기와 8시 서울역발 KTX를 예약해놓도록 했다.

박 후보는 아침을 거르는 경우가 많다. 이날은 늘 하는 국선도 수련을 생략하고 7시 20분쯤 집을 나서 2008년부터 4년째 사용한 에쿠스 승용차에 올랐다. 진회색 바지에 허리를 덮는 갈색 투피스, 밝은 회색 구두를 신었다. "아이를 키우는 30~40대 여성들과 만나는 만큼, 차분한 느낌의 의상이 좋겠다"는 캠프 관계자 조언에 따른 것이다.

박 후보는 화장은 스스로 한다. 최근 한 행사에서 "(화장은) 도와주는 분 없이 혼자 하는데 파마를 할 때만은 도움을 받는다"고 했다.

여성·가정 분야 공약 발표

8시 서울역에서 부산행 KTX에 오른 박 후보는 핸드백에서 두툼한 A4용지를 꺼내 들었다. 이날 발표할 여성 공약들이다. 박 후보는 평소 자택에서 나와 국회로 출근할 때 차 안에서 보고서를 주로 읽는다. 궁금증이 생기면 참모들에게 바로 전화를 건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경선 후보가 19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동의 아모레퍼시픽 부산지역사업부를 방문해 여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후 사인을 해주고 있다. 박 후보는 이날‘아빠 출산휴가 장려’등을 골자로 한 여성정책을 발표했다.

박 후보는 KTX에서 2시간 40여분간 꼿꼿이 허리를 세우고 있었다고 한다. 머리가 헝클어질까 봐 등을 의자에 기대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다. 박 후보는 생수를 마셨다. "커피보다 건강과 미용에 좋아서"라고 한다.

이학재 비서실장, 안종범 정책메시지 본부장, 조윤선 대변인, 민현주 여성특보 등과 함께 부산역 탑승구를 나서자 대학생 30여명과 '근혜동산' 등 팬클럽 회원들이 새누리당을 상징하는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박근혜! 박근혜!"를 연호했다. 박 후보는 손을 잡으며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박 후보는 부산 여성회관에서 '아이돌보미 파견사업'을 저소득층에서 모든 맞벌이 가구로 확대하고, '자녀장려공제제도(소득에 따라 자녀 1명당 연간 최대 5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해주는 제도)'를 신설하는 등 여성·가정 분야 공약을 발표했다. 20여분간의 정책 발표 뒤 질문 시간에 원고 없이 양손으로 제스처를 써가며 설명했다.

캠프의 한 정책통 인사는 "박 후보는 정책 입안단계부터 세부내용까지 검토한다"고 했다. 박 후보는 이어 창업을 준비하는 30~40대 여성들과 만나 꽃꽂이와 요리, 재봉 실습을 함께했다. 박 후보는 방문하는 실습실마다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 측근은 "박 전 대표가 5년 전보다 사람들을 대하는 데 훨씬 적극적"이라고 했다.

박 후보는 한 횟집에서 지역 언론사 편집국장들과 점심을 먹었다. 찐 감자와 묵은지가 반찬으로 나오자 "이런 게 늘 맛있다"고 했다. 매운탕에 밥 한 그릇을 비웠다. 박 후보는 교육 개선 방안이 화제에 오르자 "배를 만드는 기술을 가르쳐 주기보다 바다로 나가는 꿈을 갖게 해주어야 한다. 그러면 그 꿈에 걸맞은 배를 스스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개인 시간이 있느냐'는 질문엔 "사람들 만나서 얘기 듣고 대화하고 하는 게 이제 제 삶이 됐다"고 했다.

"일하며 스트레스 푼다"

박 후보는 오후 2시쯤 아모레퍼시픽을 방문해 여직원 10명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좋은 화장품을 쓰셔서 피부가 다 고우신 것 같다"고 했다.

박 후보는 '어떻게 스트레스를 푸느냐'는 질문을 받고 "항상 바람 잘 날 없이 여러 가지 문제가 맨날 있고 복잡하다"며 "자기 꿈이 있기 때문에 그걸 꼭 이뤄야지, 그것만 바라보고 사니까, 폭탄이 터지고 그래도 그냥 제 할 일이 바빠서 거기에 몰두하면서 간다"고 했다.

박 후보는 이날 방문하는 곳마다 "바라는 꿈 꼭 이루세요"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라는 대선 슬로건을 직접 선전한 것이다.

박 후보는 오후 3시 비행기를 타기 전 기자들로부터 '안철수 교수가 오늘 책을 냈는데, 사실상 대선 출마 선언이라는 시각이 많다.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으나,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서울행 비행기에 탑승해 석간신문을 집어들었다. 평소 아침과 오후에 조간·석간, 저녁에 방송 등 최소 세 차례 언론 보도에 대해 보고받거나 직접 챙겨 본다. 박 후보는 비행기에서 잠시 졸았다. 측근들은 "공개된 장소에서 눈을 붙이는 모습은 처음 봤다"고 했다.

그는 오후 6시 서울의 한 호텔에서 언론사 주최 행사에 참석하고 비공개 일정을 하나 더 소화한 뒤 오후 9시쯤 귀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