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청두(成都)에 사는 류쥔푸(劉軍輔·26)씨는 최근 '청성태극권'이라는 아이폰용 앱(App·응용프로그램)을 1.99달러(약 2200원)에 내려받았다. 청성태극권의 무술 동작을 알려주는 앱에 등장하는 사부는 청성파 36대 장문(지도자)인 류수이빈(劉綏濱·35). 청성파는 아미파에서 갈라져 나온 무림(武林)의 한 문파(門派)이다. 류쥔푸씨는 "중·고등학교 시절 무협소설을 읽고 대학 때는 무협 온라인 게임을 했기 때문에 앱을 사게 됐다"고 말했다. 청성파는 6개월간 150만위안(약 2800만원)을 들여 두 종류의 아이폰용 앱을 개발해 지난달부터 팔고 있다.
무술학교를 열거나 공연으로 돈을 벌던 중국 무림 문파들이 요즘엔 아이폰용 앱을 만들고 의류 브랜드까지 내놓고 있다. 여기에 관광상품화를 노린 지방정부까지 합세하면서 일부에서는 무림이 "무술은 멀리하고 돈벌이는 가깝게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달 초 두장옌(都江堰)의 청성산에 가보니 산 중턱에 2~3층짜리 건물 여러 동이 들어서 있다. 지난 2월 공사를 시작해 최근 완공된 청성태극권 양생기지다. 청성파가 쓰촨성 도교협회 등과 함께 조성한 이곳에는 무술 도장과 무술박물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청성파는 지금도 청성산 인근 호텔, 체육관 등을 빌려 어린이 방학반, 전수반, 실용무술반 등의 강좌를 운영 중이다. 청성파는 최근 푸젠(福建)성의 의류회사와 손잡고 청성파 의류 브랜드를 만들어 인터넷으로 판매하기로 했다.
소림, 무당 등 유명 문파들도 무술학교와 공연으로 돈을 번다. 쓰촨성 러산(樂山)의 대불무술학교에선 초등학교 1학년부터 직업교육과정까지 500여명의 학생이 아미파 무술을 배운다. 이 학교는 한해 200만명에 이르는 아미산 관광객들을 상대로 매일 저녁 공연도 펼친다.
허난(河南)성 숭산의 소림사는 1997년부터 수련기지를 세워 운영 중이다. 소림사는 '소림'이란 명칭을 함부로 쓰지 못하도록 100여개의 상표등록을 해놓고 있다. 예전에 소림사를 등장시켰던 무협 영화들은 상표 사용료를 내지 않기 위해 '소림'이라는 대사에 '화상'(승려) 등 다른 단어를 덧씌워 다시 내놓기도 한다. 이 때문에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소림이라는 단어가 사라질 지경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권을 둘러싼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간쑤(甘肅)성 핑량(平凉) 공동산을 근거지로 둔 공동파에서는 선대 장문이 2005년 죽은 뒤 그의 아내, 제자 등 3명이 서로 자신이 장문(문파의 대표)이라고 주장하며 다투고 있다. 무림의 여러 문파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사조 영웅전'으로 유명한 진용(金庸) 등의 무협소설과 이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영화 때문이다. 그중에는 전통이나 역사적 근거가 없는 경우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