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만 즐기는 음악'이란 편견에서 벗어나 대중음악의 중심부로 빠르게 파고들고 있는 힙합. 그 대중화에 대한 논공행상을 한다면 첫 손에 꼽힐 이들이 타이거JK(38)·윤미래(31) 부부 가수다.
각자 '드렁큰 타이거'와 'T'라는 솔로 아티스트로, 넘치는 에너지와 파워로 무대를 장악하는 혼성 힙합 듀오로, 밝고 단란한 가족을 꾸린 음악인 부부로 모두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두 사람이 'K팝 국가대표'로 세계 음악시장에 나선다. 아시아 최대의 음악산업 콘퍼런스인 싱가포르 '뮤직 매터스'에서 한국 힙합을 알리는 무대를 갖는 것.
두 사람은 24일 밤 싱가포르 대중문화의 중심지 클락키에서 클래지·MIB·비지 등과 무대에 오른다. 전 세계에 들려줄 K팝 스타일을 아이돌 그룹에 국한시키지 않고 록·힙합·포크 등 다양한 장르로 넓히자는 취지에서 문화체육관광부·한국콘텐츠진흥원이 마련한 이벤트다.
공연을 하루 앞둔 23일 싱가포르의 한 호텔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말하자면 딴 세상에 살다 온 거죠. 한국에서만 음악 하자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세상 물정을 몰랐던 것 같아요. 유튜브·트위터를 통해 우리 음악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 이렇게 많다는 걸 알게 되면서 시야도 넓어지고 마음도 열리네요."(타이거JK)
"그래도 우리나라를 대표해서 무대에 오른다니까 스트레스도 적지 않아요. 일부러 의식 안 하고 '내 개인 무대'라고 생각하고 즐기려고 해요."(윤미래)
두 사람은 이미 '글로벌 힙합 뮤지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미국 음악잡지 '롤링아웃'이 타이거JK를 '주목해야 할 세계 10대 아티스트'로 꼽고, MTV 음악 웹사이트가 윤미래를 '세계 최고의 신예 여성 래퍼 12인'에 선정하는 등 세계 힙합계가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힙합이 'K팝'의 중심 동력이 될지는 다른 차원의 얘기다. 노랫말에 담긴 메시지로 먼저 어필하는 음악이라서 '언어 장벽'이 장애물이 되지는 않을까. 둘은 고개를 저었다.
"우리나라 비보이들 보세요. 세계 최고죠? 랩은 물론 디제잉 실력도 수준급인 사람들 많아요. 언어 장벽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건 K팝 열풍이 보여주고 있잖아요."(타이거JK)
"작년에 슈퍼스타K 심사를 하면서 느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 '소울(soul)'이 풍부해요. R&B건 발라드건 어떤 스타일의 음악이든 정말 빨리 익혀요. 음악적으로 '끼'가 다분한 민족이죠."(윤미래)
이들은 한국 힙합의 믿음직한 맏형·맏언니이면서 소탈한 일상생활과 결식아동돕기 무료공연 등 활발한 자선 활동으로 '모범 연예인 부부'의 표상이다. '모범 연예인 가정'으로 비치는 게 부담스럽진 않을까.
"부담스럽긴요. '모범적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오히려 더 좋아요. 예전에는 음악 하는 것을 핑계로 멋대로 할 때도 있었거든요. 어디로 튈지 몰랐어요. 그런데 가정이 생기고 나서 생긴 책임감 덕에 더 이상 그러지 않죠. 물론 때로는 조금 힘들긴 하지만요.(웃음)"(타이거JK)
"함께 무대에 오르면 더 힘이 나요. 눈빛만으로 통한다는게 뭔지 확실히 느끼죠. 특히 이상하게 썰렁한 무대가 돼버렸을 때 오빠의 존재가 고맙죠. 서로 눈빛만으로 위안을 삼을 수 있으니까요."(윤미래)
요즘 두 사람보다 더 주목받는 가족 멤버는 아들 서조단(4)이다. 한 살 때 아버지의 정규앨범 수록곡 '축하해'에 우렁찬 울음소리를 '피처링'한 이래 방송사 로고송 등을 부르며 일찌감치 '힙합 기대주'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부부는 "아들도 가수 시킬 거냐"는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본인이 싫다는데 강요해선 안 되죠. 그런데 웬만한 노래는 다 따라 불러요. 확실히 리듬감은 타고난 것 같아요."(윤미래)
"그걸 어떻게 알아? 다른 가수들도 다 자기 아이가 리듬감 있다고 하더라.(웃음) 며칠 전 저한테 똑 부러지게 말하더라고요. 음악 때문에 엄마 아빠랑 보내는 시간이 없어서 난 가수 안 하고 공부 열심히 해서 박사 할 거라고. 우리 집안에 박사가 나올지도 모르겠네요."(타이거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