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기획사 B사를 운영했던 이모(34)씨는 지금도 인터넷에서 유명 매니저로 소개돼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사기·횡령·성폭력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돼 최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씨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프로필과 사진을 보고 연예인 지망생과 가족들에게 직접 연락해 이들을 자신의 사무실이나 카페, 패스트푸드점으로 불러냈다. 그는 "자녀를 연예인으로 키워주려는데 성형수술비가 필요하다"는 등의 거짓말로 연예인 지망생 4명과 부모 7명으로부터 2억2000여만원을 뜯어냈다.

그는 오디션을 보러 온 여성 연예인 지망생 3명에게 "PD들이 옷을 벗으라면 벗을 수 있느냐. 여자는 몸매가 돼야 한다" "성관계를 가져야 잠자리 연기를 해도 자연스럽다"는 등의 말로 겁을 주며 성추행했는가 하면 2008년에는 연예인 지망생과 성관계를 갖고 몰래 동영상까지 찍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보컬아카데미에서 연예기획사에 들어가기를 희망하는 가수 지망생들이 발성법 등을 배우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유령 기획사를 차려 연예인 지망생을 모집한 뒤 성폭행하고 학자금 대출까지 받게 해 돈을 뜯어낸 박모(32)씨 등 2명이 경찰에 구속됐다.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연예인 지망생 모집 광고를 보고 찾아온 7명으로부터 보증금 명목으로 5500만원을 뜯어내고 이들을 성추행하거나 성폭행했으며, 계약금을 낼 형편이 안 되는 피해자에게는 학자금 대출을 받을 것을 강요해 가로챘다.

이처럼 연예인 지망생과 가족들을 노린 사이비 연예기획사들의 범죄 사례가 잇따르자 정부가 연예기획사들에 대한 전수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등록제도 추진하기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9일 "이달부터 올해 말까지는 가수 담당 연예기획사를, 내년에는 연기자 담당 기획사를 각각 전수 조사해 주요 사업 내용, 인원 현황, 소속 연예인, 매출, 위치, 연락처 등이 정리된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연예제작자협회 등에 등록된 기획사는 500여곳이지만 실제로는 100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문화부는 또 자기 사무실이 있거나 일정 규모의 자산을 갖춰야만 기획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고 성매매나 청소년 대상 범죄 전력자들은 연예기획사업 또는 매니저 일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기획사 및 매니저 등록제도 실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다음 국회에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지원법안'을 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