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맛 좀 보시고 가세요. 귀한 버섯이에요. 아이고, 계산하느라 바쁘네…."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강동구 암사3동 양지시장. 이날 새벽 강원도 원주에서 스타렉스 차량으로 박스당 100만원어치 '치악산 큰송이' 5박스를 싣고 서울로 올라왔다는 조영희(54)씨는 몰려드는 손님들에게 맛보기용 버섯을 썰어주고 한편으로는 계산한 현금을 세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다. 시장 영업시간이 아직 2시간여 남은 오후 3시 30분쯤 조씨는 "팔 물건이 조만간 떨어질 것 같다"고 했다.
쇠락하던 양지시장 상인들의 표정이 모처럼 밝아졌다. 서울 강동구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강원도와 함께 지역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강원도 농부의 시장'을 이날부터 3일간 열었기 때문이다. 매달 넷째 주에는 이같이 강원도와, 둘째 주에는 전라남도와 함께 직거래 장터를 연다.
"농민들이 직접 재배하거나 만든 물건을 가져오니 믿을 수 있는 데다가 장보는 재미도 쏠쏠하네요." 이날 장을 보러 나온 강동구민 양숙자(51)씨는 명란젓·갈치속젓 등 한 손 가득 산 젓갈류를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흥겨운 각설이 공연이 시장 한편에서 열릴 동안, 속초 닭 강정 등을 파는 먹거리장터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이날 장터에는 강원도 13개 시·군에서 33개 농가 100여명의 농민이 산나물, 잡곡류, 황태 등 온갖 농산물·수산물을 들고 나왔다. 냉이와 쑥은 100g에 각각 1000원·1400원에, 메밀·기장·서리태 등은 1㎏에 1만6000~1만8000원이라는 가격에 장에 나왔다. 기존 시장 상인들도 손님이 늘어나자 싱글벙글이었다.
양지시장상인회 남명우 회장은 "원래 이 시장은 하루 500명 정도의 손님이 겨우 지나다녀 야채가게 하루 매출이 10만원 정도였는데, 오늘은 손님들이 1500~1600명 정도는 온 것 같다"며 "인근 대형마트 때문에 침체됐던 시장에 활기가 되살아났다"고 했다.
강원도 각 지역에서 온 상인들도 신이 났다. 이날 대부분 상인 매출은 100만원을 넘겼다. 강원도 인제에서 곰취 산나물과 장아찌류를 가져온 최성규(38)씨는 "곰취 산나물 1㎏을 시중가 1만5000원보다 싼 1만원에 팔았더니, 오늘 오후 4시까지 매출이 182만원 정도 나왔다"며 "매출도 매출이지만 강원도 농민들에게는 판로를 새로 개척하는 의미도 있다"고 했다. 강원도 정선에서 '아라리 감자송편'을 만들어 나온 최금춘(57)씨도 "생감자 녹말로 만든 이 송편은 일반 수퍼에서는 팔지도 않는 것"이라며 "오늘 매출이 130만~140만원 정도 될 것"이라고 했다.
강원도뿐 아니라 전라남도 농어민들도 10일부터 4일간 양지시장에서 직거래장터를 연다. 50여 농가가 이미 참가신청을 해 직거래장터는 더욱 풍성해질 예정. 서울 강동구는 11월까지 이같이 강원도와 전라남도 상인들과 직거래장터를 운영하면서 추석이나 김장철 등 주요 시기에는 계절에 맞는 지역별 특산물 장터를 별도로 운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