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들은 투표하러 가네요. 당신은 기권할 건가요?'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전선(FN)의 선거 벽보 구호다. 국민전선 지지자들은 치솟는 실업, 양극화, 테러 같은 사회불안이 겹치면 으레 이민자 탓으로 돌린다. 이 당의 르펜 후보가 지난 22일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17.9%를 얻어 3위를 차지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에 유럽이 놀랐다. 분노하는 세대, 아픈 청춘들일수록 극우당 후보에게 열광한다. 이달 초 여론조사에서 18~24세 그룹이 가장 많이 지지한 정당이 국민전선으로, 지지율이 26%에 이르렀다.

▶어느 나라든 외국인 혐오를 뜻하는 '제노포비아'는 금기어다. 유럽 극우 정당들은 이 금기어를 먹고 자란다. 인종차별에 바탕을 둔 엘리트주의를 떠받든다. 국민전선은 국가대항 경기 국민의례 때 외국 출신 선수가 국가 '라 마르세예즈'를 제대로 부르는지 감시한다. 지난 월드컵 때는 누벨칼레도니아 출신 선수가 국가를 부르지 않자 "다음 경기부터는 출전을 못하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랑스 하면 '관대하다'는 뜻의 톨레랑스를 떠올린다. 톨레랑스를 주제로 책을 쓴 사람도 여럿이다. 실제는 그 반대인 측면도 많다. 유럽 각국 사람들을 설문조사 하면 외국인에게 가장 빡빡하게 구는 나라 1위가 프랑스다. '무례한 국민' 순위에서도 1위다. 자기들이 조사해놓고 자기들이 혀를 내두른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국민전선은 일부 민족주의 유권자들에게 다가간다. 1972년 창당 때 지지율은 1%를 넘지 못했지만 80년대부터 15% 안팎 지지율을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다.

▶유럽 극우 정당들에게 형식적 연대(連帶)는 없다. 그래도 프랑스 국민전선은 스트라스부르 같은 국경 도시에서 전당대회를 치르곤 한다. 유럽의회가 있는 또 다른 유럽 중심일 뿐 아니라, 독일·오스트리아·네덜란드·덴마크·노르웨이의 극우 정당들에 "힘내라"는 메시지를 보내기에 가장 알맞은 장소다. 오스트리아는 극우 정당이 지난 총선에서 27% 지지를 받아 연정에도 참여하고 장관 여섯 자리를 얻었다.

▶원래 극우 정당은 노골적으로 보호무역을 주장하고, 낙태에 반대하며, 법질서 유지와 치안에는 '제로 톨레랑스'가 원칙이다. 물론 사형제를 지지한다. 자동차 과속에는 너그럽고, 음주운전에는 엄격하다. 프랑스 대선에서 2차 결선 투표가 무조건 승패를 결정짓는 다수결 선택이라면, 1차 예선 투표는 다양성의 표현이다. 부챗살을 편 것 같은 이념 스펙트럼의 정당들이 그들 사회의 다양한 욕구를 흡수한다. 요즘엔 이민자 테러와 실업 문제 때문에 극우 정당 지지층이 더 두터워지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