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스파이더맨'. 7500만달러(약 85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스파이더맨이 공연 중인 폭스우즈 극장 지하엔 공연 때마다 10여명의 오케스트라가 자리를 잡는다. 이들은 무대 배수관이 얽혀 있는, 창문 없는 작은 방 2개에 나뉘어 뮤지컬을 위한 라이브 곡을 연주한다. 지휘자인 킴벌리 그릭스비는 무대를 촬영하는 중계 화면을 보고 배우들의 움직임을 읽는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악보를 놓고 보는 보면대(譜面臺)에 설치된 작은 모니터를 통해 그릭스비의 신호를 전달받는다.
무대 바로 앞에서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온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오케스트라 연주가 스파이더맨 같은 원격 방식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4일 보도했다. 이 같은 변화는 통신 기술의 발달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지만, 무대 바로 앞에 좌석을 설치해 비싸게 티켓을 팔아보려는 제작자의 잇속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뉴욕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캐리'의 밴드 역시 공연이 열리는 1층 극장이 아닌 3층 골방에서 연주한다. 낡은 무대 도구를 쌓아 놓던 창고 같은 작은 방엔 7명의 밴드 멤버가 무릎을 맞대고 앉아야 한다. 이들은 흑백 화면으로 무대 상황을 관찰하고, 밴드의 음악은 전자 기기를 통해 극장 스피커로 전해진다. 지휘자 폴 스타로바는 "무대 바로 앞에서 연주하던 시절이 그립긴 하다. 그러나 기술적으로는 무대와 호흡을 맞추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