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눈치 볼 필요가 없다는 e북(전자책)의 특성 덕분에 호주의 한 소형 출판사가 낸 '야한 소설'이 미국 여성들 사이에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화제의 책은 영국의 여성 작가 E L 제임스가 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Fifty Shades of Grey)'. 뉴욕타임스(NYT)는 이 책이 '엄마들을 위한 포르노(Mommy Porn)'라는 별명으로 불리면서 미국 전역의 여성들을 흥분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이 책은 3월 3일자 NYT 베스트셀러 e북 분야 1위, 인터넷 서점 아마존 베스트셀러 3위에 올랐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제임스가 쓴 '그레이 3부작'의 첫 권이다. 크리스천 그레이라는 잘생긴 재벌과 아나스타샤 스틸이라는 순진한 여대생이 등장한다. 채찍·쇠사슬·수갑을 사용한 변태적 성행위를 즐기는 그레이와 동의하에 폭력적인 지배적-순종적 관계를 맺는 스틸의 이야기가 에로틱하게 전개된다. "내 안의 여신이 일곱 베일의 춤을 추고 있다" 같은 낯 간지러운 문구가 이어지는 이 소설은 전문직 여성들 사이에까지 입소문이 나면서 '다빈치코드' '연을 쫓는 아이'에 버금갈 만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롱아일랜드에 사는 한 여성은 NYT에 "그레이 시리즈에 사로잡힌 여자친구들이 많다. 친구들과 야한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해본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야한 소설과 거리가 멀었던 여성들이 쉽게 그레이 시리즈에 빠져든 이유는 남들 눈치를 볼 필요 없는 e북의 특징 때문이라고 출판업계는 보고 있다. 작은 출판사가 낸 이 책은 서점에 거의 깔리지 못했기 때문에 주로 e북 형식으로 팔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소문이 확산하면서 e북 판매에 가속도가 붙었다. e북을 선택하면 책을 사거나 읽을 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 없기 때문에 거리낌 없이 사서 즐길 수 있었다.